1만1000원 기본료 안 없애면 통신비 인하 체감 못해
  •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 승인 2015.06.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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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 도입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일부만 혜택

대다수 국민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다. 가입자 숫자가 5700만에 이른다. 통신비 고통과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동통신 3사와 관련된 뉴스는 늘 이슈가 된다.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어도 결국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 등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통신비가 조금이라도 더 인하되었으면 하는 게 온 국민의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당국과 이동통신 3사가 말하는 것처럼 요즘 장안의 화제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정말로 국민의 통신비를 대폭 절감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요금제인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도심 곳곳에 ‘새누리당이 통신비를 대폭 인하했습니다’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현수막 과장 정치’를 비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첫날인 201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통신비 인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연합뉴스
지난 5월19일 SK텔레콤이 KT와 LGu+에 이어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이동통신 3사 모두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사용하되, 데이터 용량에 따라 요금이 매겨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의 기초가 완성됐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에서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등장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음성이나 문자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데이터 무제한 이용 요금제의 일정한 하향 조치도 의미가 있다. 6만6000~6만7000원 사이로 정해진 요금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점은 여전하다. 대다수 국민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요금 인하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국민은 이미 데이터 중심 이용 패턴으로 옮겨갔고, 또 데이터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한다 해도 그것으로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도 혜택을 보는 층은 300만명쯤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영업사원·대리운전 기사·콜센터 직원 등 일부 직종과 중·장년층 등 데이터에 비해 음성통화를 많이 사용하는 일부 연령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5700만이 넘는 가입자들(일부 국민은 2~3개의 휴대전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숫자가 우리나라 인구 수보다 많다) 중 300만명을 뺀 나머지 대다수인 5400만명 넘는 가입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5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가계 통신비 절감과 관련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본료 순차적 폐지 계획 내놔야

이미 이동통신 3사는 ‘단지 통신사들을 위한 법’이라고도 불리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국면에서 2015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이용하는 추세에 맞춰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이동통신 3사 모두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내심 자신하고 있는 것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포인트다. 이동통신 3사의 2015년 1분기 영업이익을 보자. SK텔레콤(SKT)은 4026억원(전년 대비 59.5%↑), KT는 3209억원(전년 대비 135.3%↑), LG유플러스는 1547억원(전년 대비 36.7%↑)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더 이용하는 국민은 더 비싼 요금제로 가거나, 3만2900원대 요금제에서 추가로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특히나 평소 3만2890원의 요금보다 낮은 요금을 지불해온 사람은 새로운 요금제로의 변경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이동통신 3사 모두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요금에 포함해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본료 1만1000원은 이동통신사의 망 설치 비용 등 초기에 투자했던 비용 환수를 위해 고객으로부터 매달 납부받는 금액이다. 망 설치가 완료된 지금은 기본료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량과 관계가 없는 요금이 ‘기본료’라는 명목으로 부과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기본료가 폐지된다면 데이터 요금제의 모든 구간에서 1만1000원씩의 요금이 하향 조정되는 큰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현행 요금 6만6000~6만7000원대에서 기본료를 폐지하면 5만5000~5만6000원대로 하향 조정된다. 사실상 이 역시도 국민의 평균 ARPU(가입한 서비스에 대해 가입자 1명이 특정 기간 동안 지출한 평균 금액)인 3만원대 후반 금액의 2배에 이른다.

‘약정’의 문제도 있다. 이번 데이터 요금제에서는 가입 기간 약정 할인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요금제에서 가입 기간 약정 할인을 받는 것과 비교해 데이터 요금제로 전환할 때 별로 이익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이미 2년 약정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높은 요금제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낮출 경우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전파는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자원으로 국가의 사용 지원을 받고 있고, 망 접속 비용과 같은 통신 원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망 설치는 이미 완료된 지 오래고, 그동안 기본료를 포함해 과다한 요금을 납부해온 국민의 통신비 고통과 부담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기본료 폐지의 결단을 내리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반을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고, 지금 당장 기본요금 폐지가 어렵다면 순차적인 폐지 계획이라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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