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과 장관은 ‘강남 스타일’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6.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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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무원 절반 강남 부동산 소유…중앙정부 관료·국회의원 881명 전수 분석

120㎢. 남한 전체 면적의 0.1%.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가 차지하는 지리적 위상이다. 하지만 강남 3구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경제·사회·문화적 위상은 결코 물리적 넓이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3구는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해왔다. 대한민국 정·재계를 움직인다는 ‘강남 3구’의 지배적 위상은 여러 면에서 여전히 굳건한 모양새다. 한때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강남 불패’ 신화도 옛말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 및 강남 재건축 추진 등으로 최근 투자 심리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을 주도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과연 ‘강남’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국가 정책 결정 및 집행의 양대 축인 행정부 소속 중앙공무원과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3월 공개한 건물부동산 내역을 전수 분석했다. 전체 재산 공개 대상자 중 지방공무원, 전국 국립대학 및 대학병원 관계자, 지방 소재 연구기관, 군 일선부대 지휘관 등을 제외한 881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내역을 집중 분석하기 위해서다. 물론 개인 재산을 취득하고 처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공직자의 개인 신상이 반드시 해당 인물로 하여금 특정 방향으로만 정책을 결정짓는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들 고위 공직자가 놓여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이들의 정책적 판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881명의 고위 공직자가 신고한 건물 부동산 28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에게도 ‘강남’이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공직자들이 신고한 보유 부동산의 액수가 일반에 비해 상당히 큰 수준이었고, 그중 강남 3구에 높은 비율로 집중돼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1인당 평균 ‘11억원’ 상당 부동산 신고

총 881명의 건물부동산 평균 신고액은 11억1545만원이었다. 현행 지방세법에서는 ‘고급 주택’의 하한선을 시가표준액 6억원으로 규정한다. 6억원 이상 가액의 건물부동산 중 규정 면적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 중과세한다. 이에 따라 고급 주택 여부를 가늠하는 상식적인 기준선을 가액 6억원에 둔다면, 평균 10억원이 넘는 건물부동산을 신고한 고위 공직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동산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신고한 건물부동산 수는 3.2건이었다. 공직자가 가족과 공동 소유한 부동산을 나눠 신고한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다수의 공직자가 복수의 건물부동산을 보유했다는 뜻이다.

 

■ 두 명에 한 명꼴 ‘고가 부동산’ 소유

신고 건물부동산 중 시가표준액이 6억원 이상인 건물부동산은 총 491개였다. 분할 신고된 공동 명의 부동산도 합산 가액이 6억원을 넘을 경우 포함한 결과다. 881명의 고위 공직자 중 두 명에 한 명꼴로 6억원 이상 고가 부동산 1개를 보유한 셈이다. 그중 291개가 강남 3구에 집중돼 있었다. 491개 고가 부동산 중 59.2%에 달한다.

■ 중앙공무원 49% ‘강남 부동산’ 보유

고위 공직자와 ‘강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393명의 고위 공직자가 강남 3구에 건물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881명 중 44.6%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행정부 소속 중앙공무원의 경우 49.1%(589명 중 289명)로 비율이 더 높았다. 정부 고위 관료 두 명 중 한 명이 강남에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은 이보다 낮은 35.6%(292명 중 104명)였다.

전세권을 제외하고 건물부동산을 강남 3구에 소유한 고위 공직자는 전체 881명의 38.8%(342명)였다. 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 보유자로 범위를 좁혀보니 25.3%(223명)라는 수치가 나왔다.

ⓒ 시사저널 포토

■ 장관 17명 중 11명이 ‘강남 스타일’

박근혜 정부의 ‘핵심 권력’으로 꼽을 수 있는 이들의 ‘강남 스타일’도 두드러진다. 17개 부처 장관들은 정부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핵심 고위 관료다. 이들 장관 17명 중 11명(64.7%)이 강남 3구에 건물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청와대 비서실은 어떨까. 45명의 비서진 중 24명(53.3%)이 강남 3구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등 정부 부동산정책과 관련성이 큰 관료들이 서초동·개포동 등에 6억원 이상의 건물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검찰 및 금융기관 소속 고위 공직자의 비율이 높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검찰청 고위 간부, 전국 지·고검장 등 재산 신고 대상인 검찰 고위 공직자 35명 중 26명(74.2%)이 강남 3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금융 관련 기관 공직자들도 절반 이상이 강남 3구에 적을 두고 있다. 34명 중 18명(52.9%)이다.

 

■ 국회의원 소속 정당 간 편차 커

국회의원의 경우 정당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세 원내정당의 처지가 대비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의 1인당 부동산 평균 신고액은 15억1675만원이다.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강남 3구에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은 74명(47.7%)이다. 약 절반이 강남 부동산과 연을 맺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0명의 평균 신고액은 8억7289만원으로 전체 평균에 못 미친다. 강남 3구 부동산 보유 역시 29명(22.3%)으로 새누리당 의원 비율의 절반 수준이다. 평균 3억1979만원의 건물부동산을 신고한 정의당 의원 5명 중 강남에 부동산을 가진 의원은 없었다.

■ 신규 매입·매도 역시 ‘강남’이 중심

2800여 개 건물부동산 신고 내역을 지역별로 집계해본 결과, 강남 일대를 제외하면 서울 용산구 및 경기 성남시·고양시 등의 순위가 높았다. 중앙공무원은 세종시, 국회의원은 비수도권 광역시 및 국회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의 순위가 높게 나왔다.

2014년 정기신고와 올해를 비교·대조해 최근 1년간의 건물부동산 신규 매입·매도 내용을 분석해보니 역시 강남 일대에서의 거래가 가장 많았다. 평균 거래액도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1년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거래에서도 역시 강남이 대세였던 셈이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에게도 강남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욕망’의 기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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