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밉보였나 떼어먹었나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6.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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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특별세무조사 논란 확산

국세청이 6월17일 다음카카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IT업계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라는 주장부터 국세청에 다음카카오의 탈세 관련 제보가 들어갔다는 말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국세청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세무조사라고 하지만 여러 정황상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세무조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다음카카오에 대한 사정기관들의 ‘표적 조사’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사정기관들이 다음카카오를 수사 내지 조사했던 데서 그 근거를 찾는다. 지난해 12월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 성보호법)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방경찰청은 2014년 7월부터 카카오톡의 ‘카카오그룹’을 이용해 음란물을 공유한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다음카카오가 음란물 유포를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다음카카오 직원들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음란물을 공유한 이들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IT업계에서는 당시 “이런 유의 사건으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첫 사례다. 자체적으로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내용을 검열하라는 것 아니냐.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관련해 감청영장 협조 거부 등으로 사태를 확산시킨 데 따른 괘씸죄 적용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 측은 “경찰은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불거지기 석 달 전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표적 수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금융 당국이 다음카카오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12월18일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 5월 다음과 카카오 합병 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 원의 차익을 낸 혐의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결정대로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부 규정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지 않은 데다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고발 조치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검찰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증선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합병한 지 반년이 지난 사안이 감청 논란 이후 다시 불거져 나오자 이 역시 표적 조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정기 세무조사 1년 만에 특별조사

이번 세무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상 표적 조사라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음에도 국세청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일단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세무조사 이후 1년 만에 다시 착수한 조사라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은 지난해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받았던 것은 정기조사, 이번 조사는 특별조사라고 해도 1년에 두 차례나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요즘은 정기조사도 특별조사에 준하는 만큼 밀도 있게 받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기조사 후 곧바로 특별조사를 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본사가 제주도에 있는데도 서울지방국세청이 이번 조사에 나선 것이나, 국세청장 하명 조사를 주로 맡는 조사4국이 투입된 것도 시빗 거리다. 국세청 측은 이와 관련해 “사안의 중요성이나 교차 조사 필요성 등이 제기될 때 다른 지역에 소재한 법인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차 세무조사는 지방청과 지역 기업 간 유착을 막기 위한 순기능도 있지만 국세청이 정치적 오해를 받을 때마다 내세워왔다. 2008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에도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는데, 이때도 국세청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국세청은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결과적으로 전 정권 사정 작업의 단초가 됐다. 

조사 시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도 여론이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을 때마다 다음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해엔 세월호 사건으로 정부가 궁지에 몰린 때였고, 광우병 촛불집회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8년 5월에도 세무조사가 있었다. 지금은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할 때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세무조사가 시작된 날 트위터에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왜 다음과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파동 3개월 후, 세월호 사건 두 달 후, 그리고 그게 마무리된 지 1년도 안 되어서 메르스 발병 한 달 후에 실시할까”라고 불만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 측은 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는 최소한 2~3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해서 시작한다”며 메르스 사태와 연관 짓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으로 불똥 튀어 논란 확산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한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예 이번 세무조사를 현 정부의 ‘포털 길들이기’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허영일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은 6월18일 논평을 통해 “다음카카오는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사건 직후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며 “공교롭게도 메르스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특별세무조사가 진행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허 부대변인은 “이번 특별세무조사는 시기와 배경에 있어서 의혹을 살 수 있다”며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에 대해서만큼은 이렇다 할 시비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논평을 내는 것은 다음카카오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석우 대표의 감청 불응이 현 정부의 인권 탄압 논란으로 비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핀테크 규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IT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5월15일 핀테크 학술대회에서 있었던 장면이 정부와 다음카카오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말한다. 당시 이석우 대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앞에 두고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대표가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불만이 쌓인 것을 작심하고 쏟아낸 것 같았다”며 “규제 당국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는 임 위원장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핵심부에서 다음카카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도 잇따른 세무조사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나 정치권 관련 기사의 댓글을 잘 살펴보면 네이버는 친정부적 댓글이 절반은 되는 반면 다음에서는 대부분이 반정부적 성향의 댓글이다. 게다가 무슨 일만 생기면 다음 아고라에서 반정부적 여론이 형성되는데 여기서는 건전한 토론이 아닌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 여론만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2012년 대선 기간에 극에 달했다. 다음에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 다음 측이 반정부 여론 형성 최일선에 있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다 감청 논란 등을 거치며 다음이 언론 탄압에 맞서 정부와 싸우는 성지처럼 됐다.”

현재 청와대는 사회적 기업이나 창조경제와 관련해 신문이나 방송에 나가는 대기업들의 광고 문구까지 간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부의 성향상 다음카카오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이란 오해를 살 만하다. 

이 같은 배경이 세무조사로 이어졌다는 것은 억측일 수도 있다. 국세청은 현재 세무조사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국세청 주변에서는 다음과 카카오가 지난해 10월1일자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의 차이에 따른 탈세나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합병할 때 절세라고 판단해 회계를 처리했으나 국세청의 잣대로는 탈세로 드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만큼 확실하게 탈세 혐의가 있기 때문이라는 방증이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러운 만큼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은행, 다음은 ‘환영’ 네이버는 ‘글쎄’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 방안에 대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산업자본이 지분을 최대 50%까지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은행으로 두 회사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데 반해, 네이버는 큰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실제 다음카카오는 과거 논의 단계에서부터 인터넷 은행 설립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지난 2월 “현재 인터넷 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정부에서 이와 관련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얘기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반면 네이버는 인터넷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진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네이버 측은 “금융업은 전문 분야가 아니므로 현재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양대 포털 사이트의 입장이 이처럼 크게 갈리는 이유는 다음카카오 측은 인터넷 전문 은행을 비롯한 ‘핀테크’(Fin-Tech: Finance Technology)가 IT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라고 판단한 반면, 네이버는 사업의 성격상 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 현재의 사업과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양측의 엇갈린 판단을 두고 과거 다음이 ‘카페’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집중하다가, ‘검색 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던 네이버에 1위 자리를 내줬던 것과 같은 일이 되풀이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나 핀테크와 관련한 포털 업체의 판단에 따라 1, 2위 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산업자본이 지분을 50%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산(銀産) 분리 규제 완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설립 절차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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