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좋은데 영세 식당에 ‘갑질’한다며?
  • 함정선│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5.06.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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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다운로드 4000만건 돌파…가맹점에 과도한 수수료 논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이 최근 4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주요 배달앱인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다운로드 수만 3900만 건에 이른다. 1~2인의 소규모 가구 증가와 배달앱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 규모가 올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배달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1~2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배달앱 시장도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싱싱한 회 당일 배송 서비스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 음식점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배달앱들이 진화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 1위에 맞서기 위해 2~3위가 손을 잡았을 정도다. 중국음식과 치킨, 피자 등에 한정됐던 배달 메뉴도 싱싱한 회와 유명 베이커리의 빵까지 확대되고 있다. 배달앱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은 지난 4월 사실상 합병을 결정했다. 1위인 배달의민족과 맞서기 위해서다. 요기요의 최대주주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배달통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식이었다. 요기요와 배달통의 사업 방식이나 기업문화가 달라 당장은 합병이 어렵지만, 향후 합병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2~3위의 협업에 1위인 배달의민족은 서비스 확대라는 칼을 빼들었다. 먼저 수산시장의 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배민수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강남·송파 지역에서만 서비스 중이나 점차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서비스 개시 후 2개월 동안 주문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5월에는 신선 식품 서비스인 ‘덤앤더머스’, 6월에는 동네 빵집 배달 스타트업 ‘헤이브레드’의 빵 배달 사업을 인수했다.

음식점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서울 전역 옥외광고를 통해 지역별 배달업소를 소개하는 캠페인으로 소상공인 지원에 나섰다. 배달통은 고객 후기와 광고 신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업주 전용 서비스인 ‘마이샵’을 마련했다. 7월에는 업주들이 모바일 결제 정산 내역 확인부터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산관리 페이지’도 오픈할 예정이다. 요기요는 가맹 음식점의 위생관리를 돕기 위해 해충 방제 서비스 1개월 비용을 무료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앱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배달앱 시장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배달앱 업체들이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배달앱이 동네 중국집이나 치킨집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배달앱을 이용해 전화로 주문할 경우에는 수수료가 전혀 붙지 않는다. 하지만 배달앱에서 카드나 휴대전화 결제를 하면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는 업체별로 다르다. 요기요의 수수료는 음식가격의 12.5%로 3사 중 가장 높다. 배달의민족은 콜센터·문자·단말기 등 주문 방식에 따라 5.5~9% 수준이다. 배달통은 2.5%를 받는다. 만약 배달앱을 통해 월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치킨집이 있다면 최대 12만5000원을 배달앱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수수료가 끝이 아니다. 수수료가 10% 이하인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은 광고비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의민족 광고비는 동네당 3만~5만원, 배달통 광고비는 3만~7만원이다. 예컨대 역삼1동에서 3동까지 한 번만 광고를 집행해도 수수료 외에 추가로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계속되는 수수료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에 대한 불공정 혐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수수료 등 입점 업주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광고비도 논란거리다. 광고비를 많이 내는 업소를 맛집 최상단에 노출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배달앱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광고비를 낸 업소가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맞지만, ‘맛집’ 리스트의 경우 철저하게 객관적인 수치를 이용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앱 등장에도 ‘빅3’ 영향력 막강

수수료 논란에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수료가 없거나 적은 ‘착한 앱’을 자처하는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네이버와 소상공인 모바일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홈페이지 서비스인 ‘모두’를 소상공인들이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모두는 네이버 지도에 등록되고 검색과 연계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로서는 손쉽게 음식점 위치와 연락처, 제품 등을 알릴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서울대 대학생들이 만든 ‘샤달’과 한국배달음식협회가 선보인 ‘디톡’, 트래퍼닷컴이 만든 ‘트래퍼’ 등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거나 월 1만5000원 수준의 등록비를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대형 업체들의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마켓은 앱 안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포털 업체가 배달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업체들의 진입에도 이른바 ‘빅3’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앱 시장은 모바일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데, 빅3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중소 배달앱이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배달앱이 빅3에 막혀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업체가 나서지 않는 한 당분간 3사의 과점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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