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혼자 떠나는 힐링 여행지 5곳
  • 유연태│여행 작가 ()
  • 승인 2015.06.24 17: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풀어헤치고 숲에서 책을 읽다

강원도 인제 방태산휴양림

방태산(1444m)·구룡덕봉(1388m)·깃대봉 등 고봉에 둘러싸인 방태산휴양림은 찾아가는 길부터 강원도 오지 냄새를 물씬 풍긴다. 단 하루만 다녀와도 3박 4일 정도 피서여행을 즐긴 착각에 빠지게 된다. 방태산 줄기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내린천의 지류인 방태천으로 흘러들면서 이 휴양림을 거쳐갈 때 이단폭포와 마당바위라는 명소를 만들어놓았다. 상단과 하단으로 나뉜 이단폭포는 ‘이 폭포 저 폭포’라고도 불리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미를 자랑한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 물소리를 듣고 숲 내음을 맡으면서 뒹구는 것. 이 휴양림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 중 최상의 놀이다. 도시의 무거운 짐들은 폭포의 물줄기에 모두 떠내려보내시길. 그것도 싫증 날 때쯤이면 생태관찰로를 산책하거나 숲 해설사와 함께 강원도의 숲 공부를 해볼 수 있다. 오전 10시, 오후 2시에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숲 체험이 시작된다.

방태산휴양림의 명물 이단폭포

방태산휴양림 숲은 박달나무 등 자연림과 낙엽송이 주류로 삼림욕 효과가 크다. 10.2㎞짜리 등산 코스가 있으나 체력 소모가 많고 7시간 정도 걸린다. 많이 걷고 싶지 않으면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1.9㎞짜리 산책로만 다녀오면 된다.

문제는 숙박난. 피서철에는 산림문화휴양관, 마당바위 인근 제1야영장, 이단폭포 위 제2야영장 등 숙박시설의 예약이 일찌감치 완료된다. 이런 경우 휴양림 입구 민박집들을 숙박지로 잡은 다음 낮에는 휴양림으로 들어가서 마당바위나 폭포 주변 물가에 자리를 잡고 신선놀음을 즐겨보도록 한다.

 

대관령 하늘목장의 풍력발전기와 산책로

강원도 평창 목장길

알프스나 호주의 목장지대로 여행 간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을 주목하자. 이곳에는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 양떼목장 외에 지난해부터는 대관령 하늘목장도 문을 열어 대관령면이 ‘목장 여행 1번지’라는 이미지를 굳게 심었다.

1963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삼양식품은 라면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라면 수프의 원료가 되는 쇠고기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삼양식품은 1972년부터 대관령 일대에 목장을 개발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2000년대 초부터 드라마 <가을동화> 등의 영향으로 600여 만평 규모의 대관령 삼양목장은 여행객들로부터 신선한 나들이 명소로 주목받았다. 뒤를 이어 대관령 양떼목장, 대관령 하늘목장까지 경관 여행 명소로 부상했다. 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 파란 하늘과 맞닿은 초원, 그 위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소떼와 양떼…. 이런 풍경들은 시야가 좁아질 대로 좁아지고 조울증이 심해진 도시인들에게 해방감과 안정감을 선물한다.

2014년 9월부터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대관령 하늘목장에 들어가면 야생화와 각종 고산식물이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 주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한 하늘목장 산책로는 네 갈래로 저마다 개성이 다르다. ‘너른풍경길’(1.8㎞)은 ‘가장자리숲길’의 끝에서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산책길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연상시킨다. 풀과 흙을 밟으면서 자연과 가까워지는 ‘가장자리숲길’(2.2㎞)은 목장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숲속여울길’(350m)은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이고 ‘종종걸음길’(600m)은 ‘가장자리숲길’과 ‘숲속여울길’을 이어주는, 목동들이 다니던 목동 길이다. 하늘목장 안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그 대신 목장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는 32인승 대형 트랙터 마차가 운행된다.

너른 암반이 계단처럼 이어진 파천

충북 괴산 화양구곡

문화유산 답사를 겸해 계곡 피서를 즐기기 적당한 곳이 괴산의 화양구곡(명승 제110호)이다. 초입에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형상의 계곡이 아니라 화양천 천변을 따라 명소들이 도열한 형태라서 도보 여행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조선 중기의 대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화양천변의 절경 아홉 곳에 중국식으로 이름을 지었으니 그것들이 바로 화양구곡이다.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그리고 파천이 9곡의 주인공들로 약 4㎞의 길을 걸으면서 이를 하나씩 찾아내 카메라에 담아보자.

운영담을 지나 금사담으로 가는 도중 화양서원을 만나게 된다. 송시열을 배향한 서원으로 숙종 22년(1696년)에 사액을 받았다. 흥선대원군에 의해 철폐되는 운명을 겪었다. 9곡 중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꼽자면 4경인 금사담이다. 너럭바위를 만난 물줄기가 희디흰 빛으로 부서지는가 하면 물 건너 절벽에는 송시열이 책을 읽고 음풍농월을 즐겼던 암서재라는 정자가 자리 잡고 있어 자칫 피서의 가벼운 즐거움만 탐닉할지도 모를 여행자들에게 정신수양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등산 애호가들은 학소대에서 도명산에 오르기도 한다. 도명산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낙영산 너머 톱날처럼 늘어선 속리산의 연봉들이, 북으로는 화양천 너머 군자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학소대, 와룡암 등을 지나 파천에 이르면 화양구곡의 아름다움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너른 암반은 계단형으로 형성돼 있어 달천천으로 흘러가는 계곡물이 쉼 없이 반석 표면에 부딪히며 대지를 식혀준다.

문경새재 교귀정 앞

경북 문경새재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문경새재는 걷기 좋은 길이면서 ‘나’를 되찾기에도 좋은 길이다. 포장 구간이 없고 모두 흙길이어서 내 몸 안으로 땅의 기운이 유입되는 기분이 든다. 경사도가 심하거나 바위를 올라타야 하는 등 험로가 아니라서 육체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힐링을 위한 이곳의 명상 코스는 시간과 체력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기가 쉽다. 제1관문(주흘관)을 출발해 제2관문(조곡관)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제3관문(조령관)까지 가서 조령산휴양림으로 빠져나갈 것인가. 또는 내리막길이 체력 소모가 덜하므로 제3관문에서 제1관문으로 내려올 것인가. 도립공원 관리사무소부터 제1관문까지가 500m, 여기서 제2관문까지가 3㎞, 제2관문에서 제3관문까지가 3.5㎞다.

무작정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 지루하다면 각종 비석의 비문이나 시비를 감상하는 것도 유쾌하다. 서거정, 정약용, 김시습, 이이, 류성룡, 이황 선생 등이 새재를 소재로 해서 남긴 시편이 고갯길 곳곳에 배치돼 걷기 여행의 품격을 높여준다.

잠깐 서거정의 시 한 편을 읽어보자. ‘꾸불꾸불 새재 길 양장 같은 길 / 지친 말 부들부들 쓰러질 듯 오르네 / 길 가는 이 우리를 나무라지 마시게 / 고갯마루 올라서서 고향 보려 함일세’ 말이 힘에 겨워 부들부들거린다는 표현에서 웃음이 터져 피로가 싹 가신다.

새재 걷기 말미에는 주흘관 입구의 옛길박물관을 관람한다. 우리나라 옛 지도, 여행길에 지니고 다닌 엽전, 작은 벼루와 붓, 먹물통, 좁쌀책, 나침반, 고지도, 표주박, 호패 등을 볼 수 있다. 과거 길, 요양 길, 상소 길, 암행어사 길 등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코너가 흥미롭다.

편백 치유의 숲

전남 장흥 우드랜드

전남 장흥군은 서울 광화문으로부터 정남쪽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이란 뜻에서 ‘정남진의 고장’이라고 불린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라는 힐링 여행 명소가 위치해 있다. 우드랜드는 장흥읍 동남쪽에 우뚝 솟은 억불산(518m) 자락에 자리 잡았다. 수령 50년 내외의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뤄 힐링 여행의 명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억불산은 광복 이후 벌채가 심해 거의 민둥산이 되다시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장흥 출신 고 손석연 선생은 1958년 억불산을 매입해 그곳에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편백나무는 높이가 40m까지 자라는 사철나무로 재질이 단단하고 보존성이 좋아 건축·조각·선박 재료로 사용된다. 펄프(종이)는 변질이 되지 않아 차의 포장지로 쓰인다. 특히 편백나무는 테라핀·피톤치드 등 향정유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아토피 등 피부 질환 치유에 효과가 크고 심신 안정에 좋다고 한다.

치유의 숲에는 풍욕장인 ‘비비에코토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편백나무 움막, 원두막, 토굴, 평상, 해먹, 흔들의자 등에서 이용객들은 숲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 좋도록 부직포로 만들어진 옷을 걸치고 풍욕(風浴)을 체험한다. 비비에코토피아는 체험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대나무로 된 차폐막을 설치해 주변 공간과 구분했다. 벤치나 해먹에 누워 한 시간쯤 조는 듯, 명상하는 듯 눈을 감고 있으면 풍욕의 진가가 전해져온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