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죽음 1년, 구원파는 지금…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7.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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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검찰 상대로 반격…자체 팟캐스트 방송도 개설

유병언 전 기독교복음침례회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후로 지목됐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는 그동안 물밑에서 행동을 취했다. 엄청난 양의 언론중재위 제소를 내고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를 언론사에 요청했다. 지난해 언론 중재 처리 건수 중 85%인 1만6000여 건이 구원파와 관련된 것이었다. 300여 개 매체를 대상으로 언론중재위 제소를 했던 구원파는 최근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스크린했고,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80여 개 언론사에 대해 2차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보다 의전과 보고가 중요했다”

구원파는 기존 언론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주지 않는다며 자체적인 팟캐스트 방송도 개설했다. ‘우리는 구원파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방송은 현재 40회 분량이 업데이트됐다. 이 방송에는 조계웅·이태종 전 대변인이 고정 패널로 등장해 구원파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비롯해 언론과 검찰 그리고 구원파를 보는 시각 등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5월6일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종교탄압 중단 촉구집회를 하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 ⓒ 연합뉴스

‘한번 구원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 언론이 세월호 사건을 참사로 이끌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구원파의 교리다. 그러나 구원파는 이에 대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요청하면서 이 교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조계웅 전 대변인은 “구원파 신도들은 유병언 전 회장이 남긴 것을 다 받아들이는 꼭두각시들이 아니고, 회장님이 남긴 것들을 보면서 생각을 변화시키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구원파는 검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취해왔다. 이태종 전 대변인은 2015년 6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은 그동안 검찰이 주장한 것만 받아주지 않았느냐”며 “검찰이 주장하는 유 전 회장의 차명 재산 2400억도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이 유병언 회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 것도 애초에 기획된 수사 방향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원파의 주장은 이렇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해난심판원에서 주는 결과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전문가 의견을 듣지도 않고 자기들이 자체적인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구원파는 세월호 이후 검찰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급한 판단과 발언을 중지하고 기다려야 할 상황에서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재판을 하는 ‘구원파 마녀사냥’을 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경우 연방조사국 조사를 통해 조종 미숙, 기체 결함, 공항 문제점 등을 살펴본 뒤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함구령을 내리고 1년 만에 결론을 내려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세월호 참사 때는 구조보다 의전과 보고가 중요하다는 듯한 행태를 보였고 그것이 유족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26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금수원, 여전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언론에 대한 불신 여전

언론에 대한 구원파의 불신은 매우 깊다. 구원파 관계자들은 구원파를 다룬 자극적인 기사들을 ‘영화’ ‘소설’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구원파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언론이 ‘받아쓰기’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해왔다. 금수원에서도 플래카드를 걸어 “언론 종사자 여러분! 언제까지 받아쓰기만 할 건가요?”라며 언론을 비판했다. 유 전 회장의 죽음 이후 1년에 접어드는 지금도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에는 기자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이태종 전 대변인은 “한 방송 매체가 유병언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이 아무개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청해진 전 직원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이씨는 청해진에 근무한 적이 없다. 보도를 한 기자에게 확인했더니 직원 내역은 보지 않았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그렇게 생각했다며 고려를 좀 해달라고 하더라”며 해당 기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전 대변인은 또 “한 방송에서 유병언의 주치의로 알려진 병원 원장이 병원을 폐업하고 도피를 했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병원 문이 닫혀 있는 모습을 찍어 보여줬는데, 토요일 3시로 병원 영업시간이 아니었다. 당연히 문이 잠겨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보여주기식 보도’를 지적했다.

특히 ‘김엄마’를 다룬 한 매체의 기사에 대해 구원파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수배 전단 얼굴 사진에 대한 인신공격이 문제였다. 조계웅 전 대변인은 “‘김엄마로 알려진 못생긴 외모의 김명숙’ ‘못생긴 여자가 사고 친다는 말이 유병언 도피 사건으로 실증’ ‘표독한 도피자’ 같은 표현을 과연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가 쓸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 청원군의 한 아파트에 구원파 신도들이 집단으로 거주한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구원파 측은 그곳에 거주하는 구원파 신도들은 두 가구에 불과했다고 설명하며 신도들이 함께 사는 기숙사 등을 ‘집단 거주지’로 표현한 것 자체가 언론의 악의적인 단어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관계자들은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펴낸 보고서 <세월호 보도…저널리즘의 침몰> 내용을 들며 “(당시 언론은) 사실 확인이 부족했던 내용을 받아쓰기 했을뿐더러 구원파를 핵심으로 보도하며 사건의 본질을 다루지 못했다. 이윤 방만주의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매뉴얼,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특정 종교 문제로 몰아가며 구원파를 이단으로까지 치부했던 전형적인 본질 희석 보도였다”고 말했다.

 

출입 철저히 통제하는 구원파 본산 금수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은 “지난해 4월부터 구원파의 시계는 멈췄다”고 했다. 구원파의 본산 금수원 역시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문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의 열기가 사라진 지난해 11월27일, 기자가 찾은 금수원은 적막했다. 입구부터 폐쇄돼 외부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금수원 내부 사람들이 건물 밖에서 돌아다니는 모습도 거의 볼 수 없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구원파가 언론에 공개했던 장소인, 유병언 전 회장이 사용하던 스튜디오 외부 공간 역시 통제됐다. 스튜디오로 통하는 길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2층 건물 위에는 망을 보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당시 금수원 내부에는 철거된 건축물들이 눈에 띄었다. 비닐하우스는 철근만 남아 있었고, 한 건물 내부에 있던 집기들은 밖으로 다 꺼내져 쌓여 있었다. 불법 건축물로 판단돼 철거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금수원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 등으로 금수원은 1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독 이상하리만큼 가혹한 잣대를 금수원에 들이대고 있다”며 “신도들이 산길을 지나다니기 위해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그것도 불법이라고 철거하라고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안성시는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금수원 내 불법 건축물과 농지, 산지 개발 행위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으며 10월 이행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금수원 측이 일부 건물 자진철거 조치를 취한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금수원의 상황은 그대로다. 철거된 건물 중에서 금수원 내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설은 정식 절차를 밟아 복구 중이다. 기자들의 출입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 금수원 내부 관계자는 “기자와 언론에 대한 금수원 내 신도들의 불신이 너무 깊다”며 “처음에 보도된 기사가 얼마나 정확한지가 중요하지 정정보도가 된 기사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 전에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을 통제한다는 것이 힘들다. 굳이 폐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수원 측은 올여름 예정대로 하계 수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기춘·정홍원과 구원파의 악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정문에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 등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현수막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우리가 남이가’는 1992년 김기춘 당시 법무부장관이 ‘초원복국집 사건’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해 영남권 득표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던 말이다. 이 발언이 도청돼 세간에 알려지며 큰 파장이 일었다.

구원파가 김 전 실장을 걸고넘어진 것은 그가 법무부장관으로 있던 1991년 오대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한 주 정도 남겨둔 지난 4월9일 구원파는 ‘언론 보도 백서’를 발간했다. 신문 기사 8만5000건, 컴퓨터 파일 용량 5테라바이트(TB), 게시글 4만5000건, 댓글 130만건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구원파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구원파는 이 백서에서 세월호 참사와 오대양 사건의 유사점을 언급했다. ‘1991년 수서 택지 비리 사건과 강경대 구타 치사 사건 등 당시 정권의 최대 악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검찰과 언론이 ‘오대양의 배후에 구원파와 유병언이 있다’는 설을 배포해 정권의 위기를 회피했던 양태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 그대로 반복됐다는 것이다. 2014년의 경우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무죄,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1991년 사건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김기춘 전 장관과 담당 차장검사를 맡았던 정홍원 검사 등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국무총리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등장인물이 같다는 것이다. 1991년 검찰이 ‘오대양 사건 조사로 시작해놓고 구원파를 사이비 종교 이미지로 만들어 사건과 관계없는 유병언을 사기 혐의로 구속’한 것처럼 2014년 검찰은 ‘세월호 침몰 책임자 조사로 시작해놓고 구원파를 사이비 종교 이미지로 만들어 사건과 관계없는 유병언 일가의 배임 횡령 등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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