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불법 이자 놀이, 법정에 선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7.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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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사·민변, 커뮤니티 뱅크 법적 지위 확인 정보공개 청구 소송

시사저널이 보도한 주한미군의 불법 이자 놀이 실태와 관련해 국내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함께 소송에 나서기로 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2일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민변과 함께 커뮤니티 뱅크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상 법적 지위(초청계약자) 확인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면 그동안 주한미군이 방위분담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해 거둔 이자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연 최소 300억원대 이자 수익

그동안 주한미군은 우리 국민의 혈세를 불법적으로 운용해왔고, 여기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주한미군은 문제해결에 미온적이었고, 그사이 주한미군의 이자 놀이는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이러는 와중에 시사저널이 1336호를 통해 이자 놀이 실상을 알 수 있는 커뮤니티 뱅크의 계좌 내역을 입수해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군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대응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사저널이 입수한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 계좌 내역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방위분담금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 시중은행들에 예치해 연 최소 300억원대의 이자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커뮤니티 뱅크’는 방위분담금을 관리하는 주한미군의 은행이다. 커뮤니티 뱅크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매년 지불한 1조원에 이르는 돈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약 3~4개월 단위로, 2~3%대 이율의 정기예금에 분산 예치해서 이자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방위분담금은 주한미군 측에 건네지는 우리 국민들의 혈세이므로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미군은 이를 예치해 연간 수백억 원대의 이자 놀이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의 이 같은 불법적 이자 놀이는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문제가 지적됐으나 계좌 내역을 보도한 것은 시사저널이 처음이다.

보도 직후 평통사와 민변은 커뮤니티 뱅크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상 법적 지위(초청계약자) 확인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평통사와 민변은 그동안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에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해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정보공개 요청을 받은 정부 부처는 그동안 평통사의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절해왔다.

“조약 및 기타 협정의 이행과 관련한 자료로서 공개될 경우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음.”(2014년 12월11일 외교부 SOFA 운영팀 회신 내용)

“동 사안은 국방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CB(Community Bank)의 법적 지위 등에 대하여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안으로 검토가 종결된 이후에 초청계약자 여부를 회신해드릴 수 있다.”(2015년 3월4일 산업통상자원부 회신 내용)

 이 같은 정부의 정보공개 불허 방침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발언해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태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2014년 4월15일,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정부는 CB의 법적 지위와 그동안 발생한 이자 규모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따져나갈 것이며 금년 내로 국회에 보고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커뮤니티 뱅크 이자 수익 3000억원 넘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의 핵심은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사저널 보도에도 언급된 것처럼 커뮤니티 뱅크는 주한미군의 공적 업무를 대행하는 미국 국방부 소속의 초청계약자다. 즉 커뮤니티 뱅크는 미국 국방부가 소유하고, 관리·감독까지 하는 은행일 뿐 독립적인 민간 상업은행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은 커뮤니티 뱅크의 홈페이지에도 명시되어 있다. 우리 정부도 커뮤니티 뱅크의 한·미 SOFA상 법적 지위가 초청계약자로서, 미국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주한미군을 위해 한국에서 일하는 군사은행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미군 측은 커뮤니티 뱅크의 성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 이는 커뮤니티 뱅크가 미국 군사은행임을 자인하면 그동안 은행 예치를 통해 거둬온 이자 수익을 우리 정부에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자 수익에 대한 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그동안 커뮤니티 뱅크가 거둔 이자 소득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따른 이자소득세가 3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미군 측은 그동안 커뮤니티 뱅크가 민간 상업은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이자 수익을 거둬왔다는 사실도 부인해왔다. 크리스토퍼 오엔 주한 미 해병대 사령관은 지난해 3월24일 국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군은 커뮤니티 뱅크에 예치된 분담금으로 이자 수익을 얻고 있지 않으며 얻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커뮤니티 뱅크가 분담금으로 이자 수익을 얻는 것에 대해 “예치금을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은행의 관례로 이자 수익이 특정 계좌에 입금된 특정한 예치금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의 보도로 인해 이러한 주장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평통사와 민변 측이 커뮤니티 뱅크의 법적 지위를 확인하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 이자 놀이로 얻은 수익에 대한 환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평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미루는 커뮤니티 뱅크의 초청계약자 여부를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방위비분담금 불법 전용을 통한 이자 소득의 주체를 규명하고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미 당국의 거짓을 폭로하고, 우리 국민 혈세로 돈놀이를 해 미국이 착복한 이자 소득 최소 3000억원 이상을 국고로 환수하도록 한·미 당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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