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끌어안고 있는 게 효는 아니지요”
  • 김지영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7.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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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치매 아버지 보살피는 방송인 김혜영

“거기서 죽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치욕이라는 관념이었으니까.” 현관문에 자물쇠 두 개를 채우고도 모자라 방문에 자물쇠를 채우고도 다른 곳으로는 죽어도 못 보내는 마음, 그것은 ‘효’가 아니라 자식의 ‘자존심’을 모시는 것이라고, 고 박완서씨는 <환각의 나비>에서 표현했다. 4년째 치매 아버지(86)를 요양시설에 모시고 있는 방송인 김혜영씨(52)의 생각도 비슷하다.

올해로 27년째 MBC 라디오에서 <싱글벙글쇼>를 진행하고 있는 김씨의 아버지는 치매 환자다. 김씨 가족도 처음에는 간병인을 아버지 옆집에 두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형제들이 제집에서 아버지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아버지가 거실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혔다. 몇 대의 CCTV도,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가족도, 간병인도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를 잃기 전에 병원으로 모시자고 2남 4녀가 수차례 가족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가족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도 효라고 생각해요. ‘네가  아버지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지, 네가 더 많이 가져갔지’라고 따지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요. 그건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거예요. 형제들이 모신다고 해도 어떻게든 서운하기 마련인데 그러면 부모가 치매에 걸린 사실보다 더 깊은 상처들이 생기죠. 자식이 돈을 벌어서 치료비를 내야 하는데 집에서 부모만 끌어안고 도둑질을 할 순 없잖아요.”

ⓒ 시사저널 박은숙

일주일에 세 번 아버지 보러 ‘소풍’

김씨는 치매를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뇨가 있는 엄마가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간병인 없이 혼자 아버지를 돌봤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엄마에게 자유를 주지 못한 게 가장 후회가 됐습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같은 짐을 지우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시설에 보내기로 결정은 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자기를 잡아가는 줄로만 알고 소리 지르며 발버둥 쳤다. 아버지를 내다버리는 느낌이었다. 시설로 아버지를 모시고 간 김씨의 큰언니는 그 충격에 아팠다.

다행히 아버지는 시설로 옮긴 후 더 건강해졌다. 술·담배도 끊고 없던 유머도 생겼다. “며칠 전에는 ‘니 북한에  가봤나? 김일성이 초대하드나?’라고 물어요. 이 병원은 유엔이 자기에게 사줬는데 간첩 놈들이 다 누워 있다는 거예요. 군인이라는 자각이 지금도 있는 거죠. 아프시기 전엔 거의 웃지도 않던 분이 저렇게 천진 덩어리일 수 있구나. 신기해요.”

일부 시설에서 손발을 침대에 묶고 학대한다는데 불안하지 않았을까. “묶어놓는 자체보다 어떤 행동을 했기에 묶어놨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병실에 같이 계신 분은 쉴 새 없이 자기 머리를 때리는데 그냥 둘 순 없잖아요. 자해를 하니까 묶어놓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김씨의 아버지도 밤에 괴성을 지르는데 그럴 땐 ‘수면제 놓아달라’고 시설에 얘기해두었다.

김씨에게 일주일에 세 번 꼬박꼬박 아버지를 보러 가는 시간은 ‘소풍’이다. “제 담당은 마사지예요. 직접 목욕해드리고 마사지하고, 같이 놀고, 자고, 소풍인 거죠. 자식과 부모의 끈이 서서히 끊어지는 것, 아무리 다가가려고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 세상에, 자식들은 자식들 세상에 머물러 있는 것, 그게 치매인 것 같아요. 이를 인정하고 가까이서 자주 보는 것, 그게 제일 큰 효인 것 같아요.”

 

 

ⓒ 시사저널 박은숙

국가에서 치매 정책을 시행하는 기관이 국립중앙치매센터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만들었고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수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치매 예방에 대해 들어봤다.

가족은 치매 환자의 문제 행동 때문에 힘들어한다.

가족은 치매 환자를 돌보기가 힘들어서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잠을 잘 자기를 바란다. 그런데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집 안을 돌아다니거나 자녀 방문을 두드리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병원에서 잠자는 약을 처방받아 온다. 약을 먹으면 며칠 증상이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다시 심해진다.

좋은 방법이 있나.

낮에 실내에만 있으면 계속 선잠을 자기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꼭 운동하지 않더라도 낮에 밖으로 나가서 햇볕을 쬐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진다. 장보기·집안일을 같이 하면서 계속 자극을 줘야 한다. 몇 시간 동안 치매 환자를 돌보려니 힘이 든다. 가족이 치매 환자와 일상을 공유하고 계속 말을 붙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잠자는 시간은 밤 10시 이후로 하면 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계속하면 오히려 쉬워진다.

일본 언론은 멋을 내거나 빨리 걷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지를 고르고, 머리를 손질하고,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은 인지 자극에 좋다. 날씨나 주변 사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빨리 걷는 것은 가볍고 민첩한 행동을 말하는 것 같은데 평소 빨리 걷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근육·관절·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속도보다 움직이는 시간에 중점을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근육·관절·심장에 무리가 되는 사람은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손가락만 꼼지락거려도 뇌의 3분의 1이 자극을 받는다.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는 것도 뇌의 3분의 1에 자극을 준다. 나머지 3분의 1은 전체 몸 움직임으로 자극을 받는다. 반드시 온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손가락과 얼굴 근육만 계속 움직여도 뇌의 넓은 부분을 자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타민제를 따로 먹는 게 좋은가.

혼자 또는 부부만 사는 노인이 많아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게 된다. 이런 경우 비타민제를 먹으라고 권한다. 육류와 탄수화물도 지나치지 않다면 섭취해야 한다. 일반 쌀보다 현미는 열량이 낮으면서도 좋은 당이 많아 뇌 건강에 좋다. 

노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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