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로봇 나타난다는 말은 헛소리”
  • 윤민화 시사비즈 증권팀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5.07.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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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세계적 권위자 앤드루 응 교수 및 아담 코츠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장 인터뷰

상상력은 현실을 질러간다. 그러다 보니 상상력의 산물인 영화는 현실을 뛰어넘는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에이바나 <터미네이터>에서 기계군단을 이끄는 스카이넷은 인공지능(AI)이다. 인간이 창조한 지적 존재가 인간을 죽이거나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스토리는 식상하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인공지능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추론·지각 능력과 자연언어 이해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것이다. 머신러닝, 딥러닝 등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부다. 테슬라모터스 창업주 엘론 머스크 회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지옥에서 악마를 불러오는 짓’이라고 경고한다. 머스크 회장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가장 큰 실존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해 12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100년 이내 인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앤드루 응(Andrew Ng)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 교수·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 수석연구원, 아담 코츠(Adam Coates)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 소장 ⓒ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시사저널 인터넷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지난 6월23일 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의 석학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아담 코츠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장(Director)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인공지능이 인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응 교수는 “인류 종말을 걱정할 시간에 인공지능이 초래할 일자리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검색 포털 바이두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응 교수를 수석연구원으로 영입했다. 코츠 소장은 100억개 변수(parameter)의 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딥러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며 응 교수와 인공지능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보나.

앤드루 응 교수: 인공지능 관련 논쟁은 과장이 심하다. 초지능(超知能)을 가진 ‘살인 로봇’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쓸데없는 얘기다. 물론 인공지능 시스템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거나 살인 로봇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이다.

아담 코츠 소장: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은 강력하다. 인간만이 해낼 수 있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개인 스케줄을 챙겨준다. 또 직장까지 차를 자동으로 운전하고 환자를 돌보며 의사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먼 미래에는 누군가 인간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낼 듯하다. 하지만 지금 인공지능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런 기술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생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응 교수: 단기적으로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 인공지능은 많은 영역에서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다. 산업화가 농민 수를 줄였다. 자동화는 공장에서 인간을 내쫓고 있다. 인공지능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리라 본다. 다만 인공지능은 과거 어느 기술 발전보다 빠르게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이 현상에 함축된 사회경제학적 의미는 상당히 크다. 기업·정부·학계 지도자들이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살인 로봇’의 출현 같은 헛소리에 현혹될 상황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 현황과 전망은.

코츠 소장: 우리는 매우 큰 신경망을 창조해냈다. 딥러닝이라 일컫는 인공지능 신경망은 컴퓨팅(연산처리) 능력과 데이터를 토대로 발전한다. 인공지능은 연료와 엔진을 탑재한 로켓에 비유할 수 있다. 더 강력한 로켓을 만들고 싶으면 더 큰 엔진을 장착하고 더 많은 연료를 실으면 된다. 인공지능에서 연산처리 능력은 엔진이고 데이터는 로켓 연료다.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상승한다는 주장)에 따라 우리는 더 큰 엔진을 만들 수 있고 더 많은 데이터 연료를 모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 시스템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에서 지금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코츠 소장: 우리는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에서 최소 1억명 이상의 인류에게 기여할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만만치 않은 목표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으나 대부분 중도 폐기됐다. 연구 논문으로 쓸 만하지만 1억명 이상이 주목할 만한 기술로 변환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 음성인식(Speech Recognition)은 다르다.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우리는 음성인식에 견줄 만한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를 아울러 진행하고 있다.

응 교수: 조만간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인공지능 기술은 음성인식이다.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는 지금 터치나 텍스트 입력 기능에 의존하고 있다. 음성인식은 디지털 기기와 상호 작용하기에 터치나 텍스트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지난 수년간 음성인식 기술은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서나 사용하기엔 음성인식 기술은 아직 믿음직하지 않다. 우리는 음성인식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듯이 디지털 기기에 말해도 기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능이 장착되면 문자를 몰라도 음성 명령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중국처럼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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