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한전 상대로 1만명 공익 소송 벌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7.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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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변호사 맡고 있는 로펌 통해 통상임금 청구소송 맡아

‘공익 소송’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수임료만 받고 사회적 약자들의 변론을 맡는 것을 말한다. 한국전력 근로자들과 퇴직자들은 지난 4월부터 통상임금 청구소송을 시작했다. 소송 당사자는 총 1만명이 넘는다. 간부를 포함해 직급별로 3600~3700명씩이며, 이 중 퇴직자는 500명 정도다. 그런데 이 공익적 성격의 대규모 소송을 법무법인 평안에서 맡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법인 평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바로 안대희 전 대법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평안을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안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하고 나서 잠시 휴식기를 거쳤다가 만들었다.

평안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우월드마크 오피스텔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평안에서는 한전 전·현직 근로자들의 임금 청구소송을 위해 TF팀을 구성했고, 현재 평안에 있는 변호사들 중 3명과 안대희 대표변호사까지 총 4명의 변호사가 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21일까지 메일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 청구 신청을 받았고, 6월에 추가 신청자를 받아 소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이 많다 보니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판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2014년 5월26일 안대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실에서 전관예우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소송비용은 인지대 포함 1인당 3만원

소송비용은 1인당 인지대를 포함해 3만원. 전직 대법관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펌에서 받는 수임료치곤 매우 적은 액수다. 승소 시에는 인용금액(지급하는 전체 금액)의 2%에 해당하는 액수를 성공보수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3만원이라는 적은 수임료가 흥미로운 것은 안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했던 이유가 전관예우와 고액의 수임료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이후 2013년 7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안 전 대법관은 단 5개월 동안 사건 수임과 법률 자문 등으로 16억원을 벌었다. 안 전 대법관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지만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할 당시에는 형사 사건을 거의 맡지 않고 조세 등 민사 사건과 법률 자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벌어들인 돈 중 6억원은 서울 회현동의 78평짜리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사용했고, 4억7000만원은 기부금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이 “대법관에서 물러나면 변호사 업무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을 수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수임료가 많은 조세 등 민사 사건을 맡은 문제가 청문회에서 지적됐다. 2006년 대법원 인사청문회 때 안 전 대법관이 “변호사 업무를 한다 하더라도 자문 위주로 하고, 구체적인 사건을 수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은 변호사의 적정 보수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전관예우의 폐단을 지적한 바 있다. 안 전 대법관이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여 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으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안 전 대법관은 총리 후보를 사퇴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 6월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황 총리 임명 과정에서 안 전 대법관의 낙마 과정이 다시 한번 이슈가 됐다.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국민 검사’로 병역 문제도 깨끗했던 안 전 대법관이 낙마한 이유는 전관예우였다. 안 전 대법관의 ‘5개월 16억원’과 황 총리의 ‘17개월 17억원’ 수입을 비교해 안 전 대법관만 부당하다고 하기 힘들다는 동정론도 나왔다. 전관예우가 짧은 시간에 비상식적인 액수를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볼 때 시간당 금액을 따져 황 총리의 수입이 안 전 대법관보다 적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평안 사무실. ⓒ 시사저널 최준필

안대희 “총선에 대해 말할 단계 아니다”

지난 6월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때 야당 위원들은 황교안 당시 총리 후보자에 대해 안 전 대법관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 안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 재산이 12억7600만원 증가해 문제가 됐지만, 황 후보자는 25억8900만원 늘어났다고 지적하면서 문제가 훨씬 더 많은 인물임을 부각한 것이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만약 황교안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낙마한) 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억울할 것이다. 메르스 덕분에 총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명예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안대희 전 대법관의 전력 탓에, 그가 이끄는 로펌이 한전을 상대로 한 공익적 성격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은 상당한 눈길을 끈다. 게다가 본인이 의사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안 전 대법관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내 ‘친박’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비박’과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안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익적 목적의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당시 낙마 이유였던 높은 수임료 논란을 잠재우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안 전 대법관은 7월10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총선(출마)에 대해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소송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선 “솔직히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현재 안 전 대법관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 종로, 부산 해운대 등이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여야 어느 쪽도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출마 지역으로 용산이 거론되는데, 안 전 대법관의 로펌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과 사법연수원 동기(7기)이자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해 가능성은 작다는 평이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에 위치한 한전 신사옥. ⓒ 연합뉴스

서울보다는 안 전 대법관의 고향인 PK(부산·경남)에서 출마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 ‘빅3’가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부산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한때 TK(대구·경북)와 더불어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PK는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야당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야당 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역 스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안 전 대법관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과 부산고검장을 지낸 안 전 대법관이 고향인 함안을 기반으로 PK 지역을 맡아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다시 한번 ‘잠룡’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PK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맹주’ 자리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인데, 여기에 안 전 대법관이 ‘새 인물’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분구가 유력한 해운대구에 안 전 대법관을 공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경남 지역 언론에서는 ‘여권이 PK 전체 총선 전략 차원에서 안 전 대법관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소송 진행 맞지만 금액 밝힐 수 없다” 


통상임금 문제는 근로자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과 유급 휴가 시 지급되는 임금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2010다91046) 판결을 통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이 판결은 공기업뿐 아니라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평안을 통해 직접 소송에 참여해 근로자와 퇴직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로 했다. 안 전 대법관은 “당사자 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공익적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다. 로펌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통상임금 청구소송”이라며 확대 해석을 부담스러워했다.

르노삼성·누벨·GM·현대자동차·영신여객 등 수십~수백 명의 근로자가 제기했던 임금 청구소송에 비해 이번 한전을 상대로 한 소송은 당사자 수가 매우 많다. 1만명이 넘기 때문에 1인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더라도 회사 측이 패소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통상임금 청구소송) 규모와 당사자 수, 예상 인용금액 등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 (한전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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