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6 부진은 예고된 실패...첨단 고집하다 사용자경험 외면
  • 민보름 (dahl@sisabiz.com)
  • 승인 2015.07.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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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개선, 독자 소프트웨어 개발이 살길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4월9일 갤럭시S6 월드투어 서울 행사에 참석해 제품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판매량을 숨겼다. 지난 7일 2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갤럭시S6 부진은 분명해졌다. 그 전까지 증권가는 갤럭시S6 추정 판매량을 조심스레 낮췄다.  시장 반응이 출시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제품 사양이 높다고 사용하기 편한 것은 아니다. 클리앙, 뽐뿌 등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의 야심작에 대한 불만은 계속 나왔다.

 

1등 주의와 첨단 지향은 소용 없었다.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각광 받는 아몰레드(AMOLED)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옥타코어 프로세서도 기기를 사용할 때 버벅거림을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휘어지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출시하고도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새제품이 아니라 2년 동안 나름 신형 느낌나게 쓸 수 있도록 사후지원과 철저한 라인업 관리다.” 갤럭시 소비자의 성토다.

 

◇ 공급 전략에서 차질 빚은 갤럭시S6

지난 4월 갤럭시 S6시리즈 출시 당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외관이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바뀌었다. S6 엣지의 곡면 화면 역시 디자인 측면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강점이다. 갤럭시가 아이폰6를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문제는 시장을 선도하려는 데서 발생했다. 곡면 휴대폰을 대표 상품으로 삼은 게 실수였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미래를 주도할 기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현재 기술 수준에서 곡면 디스플레이 수율은 낮다. 전문가들은 엣지의 디스플레이 수율을 50%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출시 초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출하량을 4:1로 맞췄다. 그러나 두 제품의 판매량은 1:1 정도였다. 시장 반응을 잘못 예측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을 추가 가동했지만 초기 수요를 맞출 수 없었다.

 

주요 외신은 엣지 공급 실패를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봤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폰은 출시 일 년이 지나도 팔린다”면서 “삼성 휴대폰은 역사적으로 출시 한두달 내에 최고점을 찍는다”고 지적했다. 출시 초반 물량 확보가 갤럭시S6시리즈 판매량을 늘리는 데 관건이었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뽐내겠다고 양산이 힘든 제품을 내놓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4월9일 갤럭시S6 월드투어 서울 행사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선명하지만 부담스러운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사용자 경험(UX)에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보이는 것에 가장 먼저 반응한다. 갤럭시 시리즈는 디스플레이 평가에서 LG전자나 애플 제품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명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색감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눈은 너무 밝거나 색 대비가 심한 화면을 보면 쉽게 피로해진다. 시각 디자인 전공자들이 ‘중채도’, ‘중명도’를 이상적인 색감으로 여기는 이유다. 색채전문가 장해정 씨는 “삼성 휴대폰은 채도가 높다”면서 “화면이 선명하다고 보기 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웹 디자이너는 “삼성전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보다 애플과 LG 디스플레이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아이폰에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LG전자는  애플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실물의 색감을 잘 표현한다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아몰레드는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개발한 기술이다. 아몰레드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더 얇은 제품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제품이 대중화하지 않은 지금, 굳이 아몰레드를 휴대폰에 탑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소프트웨어 주도로 변신...사용자 편의는 아쉬워

 

운영시스템(OS)은 사용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기기가 지시에 즉각 반응해야 사용자는 편안함을 느낀다. 시쳇말로 버벅거림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안드로이드 OS는 반응성과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다. 특정 기기에 사용할 것을 감안하고 만든 OS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OS의 한계다.

 

문제는 제조사가 OS를 활용·변형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한 앱 개발자는 “하드웨어 업체가 OS를 변형해 새 기능을 추가하려다 OS가 불안정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OS 업그레이드도 자체 개발 시스템보다 늦다. 기기 안정성을 높이고 시스템의 결함을 개선하려면 OS를 자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갤럭시 시리즈는 업그레이드가 늦은 편이다. 출시 뒤 2년이 지나면 그마저 지원 받지 못하기도 한다.

 

때문에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하더라도 버벅이는 건 여전하다. 옥타코어는 연산장치가 8개 탑재된 중앙처리장치다. 소프트웨어의 약점이 하드웨어의 강점을 상쇄하고 있다.

 

구글 넥서스와 애플 아이폰에는 양사가 자체 개발한 안드로이드OS와 iOS가 각각 탑재된다. 그러다보니 넥서스와 아이폰은 갤럭시 시리즈보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타이젠이 탑재된 보급형 모델 Z시리즈도 안정적이다. 타이젠은 삼성이 자체 개발한 OS다. 자체 OS는 변형이 필요 없으니 사용자 반응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서두를 수도 있다.

 

삼성전자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주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하기도 했다. 타이젠 생태계는 그 일환이다. 그러나 타이젠은 보급형 Z시리즈에만 설치된다. 여전히 플래그십 상품에 안드로이드 외에 대안은 없다. 자체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대중화하는 게 관건이다.

 

◇ 사용자가 결정하는 시대

 

사용자 경험이 정보기술(IT) 업계를 바꾸고 있다. 휴대용 스마트 기기가 나오면서 생긴 변화다. 스마트폰은 몸의 일부처럼 늘 개인과 함께한다. 사용자는 최첨단 고사양 제품보다 쓰기 편한 기기에 이끌리고 있다.

 

최고의 하드웨어, 다양한 기능은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갤럭시 시리즈가 자랑하던 특성들이다. 아몰레드, 멀티코어, 고화질 카메라도 사용자가 싫다면 그만이다. 휘어지는 화면이 통했다면 소비자가 원할 때 공급해야 한다. 느껴지지 않는 첨단은 효용을 잃었다.

 

소비자 평이 좋은 상품의 특성은 비슷하다. 타이젠, 넥서스, 아이폰은 단순하다. 갤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양은 반응성 강한 소프트웨어와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OS개발자들은 사용자 요구에 즉각 변화를 수용한다.

 

PC시대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놀라운 기능을 개발해 내놓으면 소비자가 기뻐하며 사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가 호평한 윈도우 비스타(VISTA)는 소비자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MS는 이제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시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이 놀랄만한 사양을 내는데 골몰하는 삼성전자가 참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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