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주유소에서 기름 가득 채웠다”
  • 신중섭 인턴기자 ()
  • 승인 2015.07.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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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교민이 전하는 아테네 상황…‘사재기’ 거의 없어

 

 

그리스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월5일,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신타그마 광장은 ‘반대’ 지지자들이 외치는 ‘오히’(OXI·아니요)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젊은이들과 실업자,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이들의 환호는 독일을 비롯한 EU(유럽연합)를 비웃는 듯했다. 반면 세계 여론은 ‘그리스의 착각’이라며 긴축 재정을 거부한 그리스를 질타했다. 경제 붕괴와 사회 혼란이 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선거 후 닷새가 지난 7월10일 현재 아테네 현지 분위기는 폭풍전야를 연상케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리스인들의 일상은 차분하다. 현금 인출 제한 때문에 매일 현금인출기(ATM) 앞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정이 어둡거나 한숨을 푹푹 내쉬지는 않는다는 전언이다. 어떤 이는 이런 그리스인들을 생각 없는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그들 특유의 낙천성이 사회 전반에 걸친 불안감의 확산을 막아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금 인출 제한 탓에 현금인출기 앞에 인파는 몰리지만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 EPA연합

외상 증가·카드 거절 속에도 비교적 차분

시사저널은 7월10일 현재 아테네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 등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한 교민에 따르면, ‘거리가 텅 비고 많은 사람이 슬퍼하고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글쎄”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 국민들은 좋지 않은 자국의 상황을 오래전부터 인지해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면역이 돼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생각보다 침착하게 자국 정부와 EU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했다. 평소처럼 더운 낮에는 잘 나가지 않지만, 밤이면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러 나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신타그마 광장은 여전히 북적이고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얘기다.

하지만 현금 인출이 제한되다 보니 여러 제약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원래 외상을 거의 하지 않는 그리스 시민들인데, 외상 요구가 늘어났고, 조그만 가게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외상을 허용하고 있다. 서로 힘든 걸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금이 부족하다 보니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했다. 주유소나 일부 가게들은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 교민은 “원래 탈세가 많았던 나라여서 예전부터 현금 결제가 기본”이라며 “아직까지는 신용카드 거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딱히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사재기’ 우려 또한 식료품 등 물건이 빨리 바닥나긴 하지만, 금방 채워져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한인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교민 이 아무개씨는 “오늘 아침에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워 넣었고, 집에서 30m 거리인 약국 또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주요 외환 소득원인 관광산업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비해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이 늘어 피해가 예상된다”고 현지 소식통이 설명했다. 또 다른 교민은 “테러나 집회로 인해 국가 불안이 야기된 것이 아니라서 여행에 심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은 꽤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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