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망령에 대륙이 떨고 있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5.07.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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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전쟁 선포 “마약 퇴치 전까지 군대 철수 안 할 것”

“마약 퇴치 전쟁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군대를 철수하지 않겠다…마약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관용이란 없다.” 지난 6월25일 유엔이 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하루 앞두고, 베이징(北京) 시 인민대회당에는 중국 내 마약 단속 및 퇴치와 관련된 주요 기관원들이 운집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마약 퇴치 모범 기관과 개인에 대한 표창장을 수여하면서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를 중범죄로 처벌한다. 중국 형법 347조는 ‘1㎏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과 필로폰을 밀수·판매·운반·제조할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강수에도 최근 중국에서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6월24일 중국 국가금독(禁毒)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자국의 마약 상황을 발표한 ‘2014년 중국 마약 형세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등록된 마약중독자는 295만5000명이다. 2014년에만 48만명의 신규 등록자가 생겨나 전년에 비해 20%나 급증했다. 여기서 등록된 마약 중독자는 공안 당국에 의해 체포돼 기록이 남은 사람을 의미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새로운 추세도 보인다. 마약 중독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직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8세 미만 2만9000명, 18~35세 165만9000명, 35세 이상 126만7000명 등으로 35세 이하가 전체 중독자의 57.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규 등록자 중 18세 이하는 1만8000명, 18~35세는 33만명이나 급증했다. 이는 젊은 층에서 마약이 급속도로 퍼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직업별로 보면 이전에는 무직자, 농민, 자영업자, 해외 근무자 등이 위주였으나 지금은 회사원, 프리랜서, 연예인, 공무원 등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전통 마약에서 합성 마약으로 흡입 성향이 바뀌고 있다. 합성 마약 중독자는 145만9000명으로 전체의 49.4%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해마다 36%씩 중독자가 늘어났다. 합성 마약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제조비용이 적고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구강으로 섭취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쉽게 복용한다.

중독자 연령 낮아지고 직업 다양해져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마약 중독자에 관한 뉴스나 동영상이 수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광둥(廣東)성 선전(深?) 시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張) 아무개씨는 17세인 아들이 주말에 집에 왔을 때 손과 발을 심하게 떠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을 추궁한 끝에 학교 기숙사에서 합성 마약을 복용한 사실을 알아내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의 아들은 지난해부터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마약을 복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과 홍콩을 나란히 대표하는 톱스타의 아들이 마약 사건에 연루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에서 ‘국민 배우’로 손꼽히는 장궈리(張國立)의 아들 장모(張默·33)는 2012년 2월 베이징 순이(順義) 구의 별장에서 대마초를 피우다 현장을 급습한 공안에 붙잡혔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적인 스타 청룽(成龍)의 아들 팡쭈밍(房祖名·32)이 베이징의 자택에서 한 타이완 배우와 마리화나를 흡입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청룽이 중국 정부의 마약 퇴치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 더욱 이목을 끌었다. 청룽은 사건 발생 후 언론 인터뷰에서 “공인으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부끄럽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연기파 배우로 친근한 왕쉐빙(王學兵)이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의 한 주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다 공안에 붙잡혔다. 왕쉐빙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백발마녀전: 명월천국> <백일염화> 등에 출연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스타다. 한때 중국 최고의 미녀로 인기가 높았던 판빙빙(範??)과 열애설이 나돌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왕쉐빙은 15년 전부터 마약을 흡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왕쉐빙이 마약 퇴치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실과 대비돼 한동안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4월에는 현직 시장이 마약을 흡입한 혐의로 낙마해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주인공은 후난(湖南)성 린샹(臨湘) 시의 공웨이궈(?衛國) 시장이다. 공 시장은 시장에 오른 후 개방적인 정책과 친민(親民)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마약을 흡입한 후 환각 상태에서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린샹 시 공안국장이 직접 공 시장을 찾아감으로써 전모가 드러났다.

각계각층의 마약 중독자는 중국 내 3048개의 현·시·구에 걸쳐 있다. 이는 전체 자치단체의 90%에 해당한다. 즉, 중국 전역에서 마약 중독자가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독자가 마약을 흡입한 후 자행하는 자살·폭력·사고 등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14만9000건이 발생해 전체 형사 사건의 12.1%를 차지했다. ‘마약 형세 보고서’는 “국제적 기준과 인구 비례 등을 감안하면 실제 마약 중독자는 140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마약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5000억 위안(약 9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마약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전통 마약은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미얀마·라오스·태국의 산악지대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란 접경지대 그리고 북한 등에서 유입됐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전역에 산재한 화학공장에서 합성 마약이 생산돼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당국의 허술한 단속과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해외로까지 배송되고 있다.

 

 

대륙의 마약 광풍에 한국 직격탄 

중국 마약 문제는 한국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산 합성 마약은 한국에도 이미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 4월28일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중국에서 합성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했거나 이를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7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판매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입해 항공편 국제특송화물로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번에 경찰이 압수한 합성 마약은 450g으로 1만5000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합성 마약은 0.33g이 전부였을 뿐이다.

중국은 외국인 마약 사범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한국인 3명에게 형이 집행된 바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 마약 사범에게 사형이 집행된 것은 2001년 이래 13년 만의 일이다. 현재 중국 내 감옥에는 120여 명의 우리 국민이 마약과 관련된 죄목으로 수감 중이고, 이 중 10여 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유예된 상태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우리 국민이 중국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처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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