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집값]① 들썩이는 집값, 37년된 20평 대 아파트 10억원인 시대'
  • 노경은 (rke@sisabiz.com)
  • 승인 2015.07.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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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이미 과열...집 사려면 쓰지 않고 8년 이상 모아야
-실물 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괴리감 점차 커져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 매매 거래량은 61만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가 늘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매매가도 상승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28주 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 주택 시장 열기는 신도시를 포함해 경기, 인천, 신도시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는 실수요 중심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수도권의 경우 전셋 값이 매맷가의 70~80%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매수 희망자들은 실수요 목적임에도 상승 여력을 기대하며 구매시기를 저울질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1주일 사이 수천만원씩 거래가가 움직이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여전히 '아파트=투자'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집값, 상승여력 있나? 이미 적정수준 넘어

 

세계적 주택시장 조사연구기관인 '퍼포먼스 얼반 플래닝'(이하 PUP)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집 값을 파악할 때 PIR(Price Income Ratio)이라는 지표를 활용한다. PIR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PIR이 3~5정도일 때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즉 주택 매매 가격은 가계 소득의 세 배에서 다섯 배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감정원이 지난 2012년부터 분기 별로 PIR을 수집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이래로 전국 집값은 적정 권고에 적합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수준의 가계 소득을 유지하는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2012년 1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 만 3년 간의 평균은 3.75다. 단 한번도 4를 넘긴 적이 없다.

 

반면 서울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PIR이 권장 기준에 포함된 적이 없을 정도로 이미 시장이 과열돼 있다. 2012년 1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 만 3년 간 평균치는 7.99다. 즉, 서울의 중산층 가정이 약 8년 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올 1분기 역시 7.7로 기록됐다.

 

서울시 주택가격 평균이 이정도라면 강남, 특히 재건축을 내다보고 있는 아파트의 PIR은 더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 전세 PIR이 9.5배, 서초구 10.5배, 송파구 8.2배라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강남3구의 매매가 PIR은 1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만큼 실물경기 좋아지나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제의 경기선행지표로 꼽힌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  집값 상승율만큼이나 체감경기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실물경기 사정은 여의치 않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1~5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7% 감소했으며, 지난달 수출량도 1.8% 줄었다. 5월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올해 중 가장 낮은 73.4%까지 하락했다.

 

소비부진 역시 지속됐다.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 심리 지수는 2년 6개월 만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부동산 시장은 살아나고 있지만 실물 경기는 좋지 않다. 점차 부동산 시장과 실물경기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대세'인가 '지기 전 마지막 불꽃쇼'인가

 

지난 2000년 미국은 9.11테러, IT버블 붕괴 등으로 경기가 나빠졌다. 미국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6.5%에 임박했던 기준금리를 3년 새 1%대로 대폭 떨어뜨렸다. 금리를 인하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했고, 대다수 젊은이들은 손쉽게 집을 샀다. 겉만 봐선 다시 돌아온 경제 호황기였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미국 부동산 버블은 꺼지기 시작했고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았다.

 

2015년 상반기, 국내 부동산 시장도 수 년 만에 활황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실물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돈이 돌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장기적으로 쉬고 있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 곡선을 타는 것인가,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로 오버슈팅 돼있는 것인가. 경기하락-금리인하-주택거래량 증가-부채증가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흐름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과 너무도  흡사하다. 부동산이 대세인지 상장 폐지 직전에  불꽃쇼를 펼치는 모양새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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