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와 기자들, 김무성과 유승민을 1·2위로 꼽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7.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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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정치부 기자가 꼽은 차기 여권 대권 주자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뭔가 심상찮다는 게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7월14일부터 16일까지 시사저널이 국내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누구를 예상하는가’란 질문에 2015년 7월 현재 내놓은 다수의 답변은 역시 ‘김무성’이었다. 100명 중 54명이 차기 여권 대권 주자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꼽았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7표를 얻어 2위에 올랐고, 그다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6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상 3표) 순이었다. ‘아직은 알 수 없다’며 제3의 인물 등장 가능성을 점친 이도 5명 있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3위 올라

‘비박(非朴)’ 수장에서 최근 눈에 띄게 ‘친박(親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청와대’ 행보를 보이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싸늘했다.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김 대표를 차기 대권 주자로 꼽았지만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최근 ‘유승민 파동’에서 보여준 나약한 모습이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쫓겨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급속히 치고 올라왔다. 이번 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27표라는 비교적 큰 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숙청’되기 전 그의 대중정치인으로서 인지도나 존재감으로 봤을 때 엄청난 변화다. 그는 “헌법을 지키겠다”고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며 일약 전국적 인물이 됐다.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의 행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대중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점은 이번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것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2위에 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1, 2위에 올랐다. ⓒ 연합뉴스

7월10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8~9일의 지지도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 비해 무려 13.8%포인트 올라 19.2%를 기록한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26.3%라는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광주·전라(27.7%)와 대전·충청·세종(23.9%)에서도 1위였다. 서울과 부산·경남·울산에서는 각각 12.5%와 15.4%를 기록하며 김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파동을 통해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사실만으로도 향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배신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험난한 진로가 예상되지만, 당·청 관계와 박근혜 정권의 권력 약화 상황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 출마를 결정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TK를 발판으로 일어서려 하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총선 출마 결심을 굳히면서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김무성 대표의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됐고, 한때 ‘친박 양자설’이 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김 대표에 맞서는 잠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볼 때 정치 전문가들은 아직은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정치평론가와 기자들이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며 내놓은 ‘오리무중’이라는 답변보다도 낮은 득표수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각 1표씩을 얻었다. 비록 한 명뿐이지만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박 시장이 여권의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한때 ‘반기문 대망론’이 나돌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라설 정도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대선 출마는 없다”며 적극 부인하는 데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한풀 꺾인 상태다. 눈에 띄는 건 정치부 기자보다는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반 총장이 많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20명의 정치평론가 중 4명이 그를 꼽았다.

 

“김무성은 갈수록 떨어질 일만 남았다”

설문에 응한 정치 전문가 다수가 여전히 김무성 대표를 가장 가능성이 큰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은 이유는 대안 부재론 때문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반짝 뜨긴 했지만 김 대표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여권 내 다른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는 김무성 외에 (여권에) 다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거부권 정국에서도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일단은 고개를 숙이는 법을 아는 2인자의 처세술이 잘 드러난다”며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로서 골인 지점까지 순탄하게 가겠다는 생각이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보여준 것이 없는 상황이라 일단 김무성 대표로 대선 주자를 점친 것이다. 그러나 정국 상황에 따라 유승민이 잠재력을 내보일 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 대표의 추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 다른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거부권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유승민”이라며 “김무성은 갈수록 떨어질 일만 남았고 그 반대급부로 유승민이 점점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방송사 기자 역시 “사퇴 파동 이후 유승민이 차기 여권 대선 주자 1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정치적 스탠스를 정확하게 잡았다는 뜻이다. 반대도, 동조도 아닌 김무성의 현재 색깔을 볼 때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어내기’를 당하더라도 유승민과 같은 후광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 역시 “친박계 일각에서는 유승민의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만 강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을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유승민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7월16일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가진 단독 회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회동’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동에서 국회법 파동에 따른 유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과 당·청 갈등에 대한 해명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지만, 김 대표 측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계속 ‘화기애애’ 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내년 총선이 본격화되는 올 연말쯤부터 다시 김 대표와 청와대 간에 샅바싸움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핵심은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 중 누가 공천 지분을 더 갖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바람이 잔잔하지만 다시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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