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흑초’로 건강 살리고 돈도 벌다
  • 윤영무│MBC아카데미 이사 ()
  • 승인 2015.07.22 14: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경화 말기 판정 받고 입산해 전통 흑초 연구한 김성현 사장

사람들이 불치병을 얻으면 산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산에 있는 좋은 기운이 잘못된 우리 몸속의 질서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64세로 전국의 산에서 나오는 토종 산약초 33가지를 가지고 전통 흑초를 만드는 동인바이오 김성현 사장도 33년 전에 그랬다.

30대 초반에 간 질환을 앓던 아내를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거의 3년간 술을 달고 살았다. 군 제대 후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자체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업종인 데다, 상처(喪妻)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 때문에 보통 새벽 5시까지 통음했다. 결국 그는 얼굴빛이 까맣게 변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김 사장은 입산을 결심했다.

김성현 동인바이오 사장이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 위치한 저장고에서 전통 흑초를 만들고 있다. ⓒ 김성현 제공

아내 잃은 상실감에 3년간 술에 빠져 살아

산으로 가져간 것은 다름 아닌 막걸리. ‘술 때문에 죽게 생겼는데 또 술을 마셔?’라는 의문이 들었다. 김 사장의 말은 달랐다. 한약방을 했던 그의 부친이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막걸리 식초를 처방해 효과를 본 것을 떠올렸다. 막걸리 식초와 함께 간에 좋다는 신 김치로 밥을 먹었다. 그렇게 산속에서 100여 일을 보냈다. 그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회복되어갔다. 딱딱했던 간은 부드러워져 손으로도 만져졌다. 기적처럼 목숨을 구한 그는 하산한 후 막걸리를 활용한 전통 흑초 연구에 뛰어들었다. 우선 강원도 평창에 한방농장을 열었다. 이때가 1982년이었다. 6년 후인 1988년에는 경동시장에 원장을 따로 둔 한의원을 경영하면서 전통 흑초 제조법을 개발했다.

당시가 1997년 외환위기 초기였다. 김 사장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파산 위기도 여러 번 넘겼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호를 딴 ‘동인바이오’란 회사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연 매출액은 10억원 정도. 회사는 남양주시 오남읍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 논현동과 송파 잠실 등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 흑초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강좌를 들은 사람은 지금까지 얼추 3000여 명에 이른다.

필자는 그를 만나기 위해 ‘제13회 국제 茶(차) 문화전’이 열리는 코엑스로 향했다. 차 문화전에는 국내외 240여 개의 차 관련 업체가 참가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전통 흑초와 카페인을 없앤 발효 커피 등으로 장영실 국제과학상을 수상했다. 김 사장도 두 가지 제품을 가지고 문화전에 참여했다. 그와 마주 앉아보니, 머리와 이목구비가 보통 사람보다 1.5배 정도는 컸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용모에 혈색이 불그레했다. 개량 한복에다 밀짚모자를 눌러 쓴 모습이 산에서 내려온 도인 같았다. 말의 속도가 느려 전달하려는 의도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토종 약초 수목원을 만들려고 최근 경기도 포천에 4만여 평의 계곡형 산지를 샀습니다. 앞으로 단계별로 50만평 정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산지의 잡목과 넝쿨 등을 제거하고 사방팔방, 능선, 습도, 토질, 일조량에 따라 약초를 심는 것이죠. 귀농이나 귀촌을 원하는 분들이 이곳에 들어와 약초단지를 분양받고 전통 흑초를 항아리에 담글 겁니다. 건강은 기본입니다. 흑초로 돈도 벌 수 있으니, 은퇴 후 일자리로는 최고일 겁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땅속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약 성분과 좋은 미생물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약 성분을 ‘약성 분자’, 장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등을 ‘발효 분자’, 갯벌에 함유된 미생물을 ‘금강 분자’라고 이름 붙였다.  

“동쪽에 높은 산맥, 다시 말해 백두대간이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뿐입니다. 중국 쪽에서 계절풍을 타고 좋고 나쁜 기운이 많이 날아오는데요. 일부는 백두대간을 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산맥에 부딪쳐 서쪽 땅에 내려앉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이런 나쁜 기운을 이겨내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약초와 식물은 강한 약성, 즉 약성 분자를 갖고 있습니다. 또 나쁜 기운을 잡아먹기 위해 강한 미생물, 즉 발효 분자도 생겼습니다. 이 발효 분자로 김치·된장·간장 등의 발효 식품을 만드는 것이죠. 미생물의 배설물이 모인 서해 갯벌은 미네랄 성분, 즉 금강 분자가 풍부합니다. 똑같은 서해의 염전 소금이라도 미네랄 함량은 우리나라가 10%, 중국이 4%로 서로 다르고, 약성 분자 덕분에 인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란 모든 식물은 우월한 약성을 갖게 된 것이지요.”

부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종이컵에 담아온 전통 흑초는 빛깔이 콜라에 물을 타놓은 듯했다. 마셔보니 식초 맛이 엷게 밴 건강음료를 마시는 것 같았다.

ⓒ 김성현 제공

기존 화학 식초나 감식초와 성분부터 달라

“원액을 그대로 마시면, 119에 실려 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물에 10 대 1로 희석한 것입니다. 일반 식초는 대개 72시간 숙성시켜 만든 화학 식초라 할 수 있지요. 감식초도 건강 보조용으로 먹어서 해는 없겠지만, 누룩을 쓰지 않아서 면역력 향상이나 항생 작용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제가 만든) 전통 흑초는 누룩으로 빚은 동동주를 자연 숙성시키고 33가지 한약재와 임산물을 첨가해 1년 6개월~3년 동안 담근 겁니다.”

그가 만든 전통 흑초는 720mL짜리 180병이 들어가는 부피의 항아리 600여 개에 담겨 오남읍 본사 저장고에 있다. 항아리 하나면 5인 가족이 2년간 마실 수 있다. 이미 절반가량은 일반 가정에 분양된 상태다. 그가 33년 동안 옹고집으로 만들어온 전통 흑초는 과연 각종 공해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지구촌의 발효문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전 국토의 67%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을 전통 발효과학 산업으로 승화시켜주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