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산이 재벌의 황금알로 둔갑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 승인 2015.07.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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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 특혜는 이제 그만…경매로 사업자 선정해야

7월10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 직후, 심사 결과에 대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오전 10시를 전후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뛰기 시작해 상승 제한 폭인 30%까지 급등했는데, 오후 5시에 발표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포함된 것이다.

굴지의 유통 재벌 기업 7개사와 중소·중견 기업 14곳이 경합했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 등 3곳에 돌아갔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경쟁자들이 승복하거나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로 귀착되지 못했다.

시내면세점 심사 결과 사전 유출 의혹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심사 기간 중에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사업권 심사를 중단할 것과 법·제도 개선부터 우선적으로 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관세청에 제출했다. 관세청은 이를 묵살하고 사업자 선정을 강행했다. 선정 결과와 관련해 △평가 지표에 따른 세부 평가 항목별 점수 △특허 심사위원회 심의 회의록 △심사위원 명단에 대한 정보 등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관세청은 함구하고 있다.

관세청은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했다. 특허 수수료 또한 턱없이 낮은 현행 방식으로는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국민의 재산을 특정 기업에 사실상 무상으로 양도한다는 특혜 논란을 해결할 수 없다.

면세점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83%나 성장했다. 올해는 시장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전망도 있다. 또한 지난해 총 매출액 8조3000억원 중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2% 증가한 데 반해,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은 2조5000억원으로 5.9% 증가에 그쳤다.

시내면세점 사업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지 매출 규모의 증가 추세 때문만은 아니다. 출국장면세점 사업권의 경우 연 임대료 최고액을 써내는 경매를 통해 낙찰자가 정해진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특허 수수료가 매출 대비 0.05%(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0.01%)에 불과하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이 특허 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30억원에도 못 미친다. 이는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사업권 경매로, 인천공항공사가 향후 5년간 롯데디에프글로벌·신라호텔·신세계 등 3개 재벌 기업들로부터 매년 1조원 이상을 임대료 명목으로 받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7월1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 시사저널 임준선

인천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임대료로 3개 재벌 기업이 매년 지급하기로 한 이 액수는 2014년 전체 출국장면세점 매출액 2조5000억원의 40%에 해당된다. 향후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므로, 이 수치는 과대 추정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3개 재벌 기업 외에도 중소·중견 기업 몫의 면세점에서 발생할 임대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과소 추정됐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인천공항 면세점의 명목상 임대료는 사업권 수수료와 건물 임대료를 포함한 가격이다. 그러나 매년 임대료 명목으로 내기로 한 출국장면세점 경매 결과와 매출 대비 0.05%에 불과한 시내면세점 특허 수수료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이런 차이는 실제 건물 임대료와 출국장면세점의 예상 매출액 증가를 아무리 고려한다고 해도 설명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내면세점에서 어느 정도의 특허 수수료를 받아야 할까. 면세점 사업의 독보적 1위 사업자인 롯데그룹의 경우 시내면세점은 롯데호텔이, 출국장면세점은 롯데디에프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롯데호텔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평균 8%였는데 반해, 롯데디에프글로벌의 출국장면세점 영업이익률은 -2.8%를 기록했다. 워커힐호텔의 경우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2010년부터 3년간 연 9%였다. 따라서 매출액의 8~9% 정도를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 수수료로 기업들이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국가 재정 수입이 지난해에만 48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시내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이 실제로는 8~9%보다 높을 수도 있다. 2012년 롯데호텔의 시내면세점 매출 총이익은 매출액의 38% 정도였으나,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8%로 떨어졌다. 즉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장부상 과대하게 처리돼 실제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내면세점, 재벌들 배만 채워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전매특허권이다. 시내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재산인 전매특허권을 기업들이 헐값에 사용하도록 허용한 정부 정책 탓이다. 다시 말해 국가 재정 수입이 돼야 할 천문학적인 돈이 특혜를 받은 사업자들의 황금알로 둔갑한 것이다. 국가 재정으로 귀속돼야 했던 황금알이 그간 재벌들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됐고, 이제 이 황금알을 나눠 먹겠다며 유수의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경매를 통해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해야만, 온갖 특혜 의혹이나 불투명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경매만이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 선정을 통해 국가 재정 수입을 최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올가을에는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4곳의 특허 갱신이 예정돼 있다. 국회는 조속히 관계 법령을 개정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자 선정에 경매 제도를 도입해야만 한다. 또한 정부는 7월10일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만약 조금의 문제라도 발견된다면 사업권을 회수해 경매를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 재정으로 특정 기업들에 특혜를 주는 잘못된 관행은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국민의 재산임을 정부와 국회는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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