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조원 넘는 대형수주, '골칫거리'로 전락..왜?
  • 노경은 기자 (rke@sisabiz.com)
  • 승인 2015.07.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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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건설사 도급액 1조원 이상 프로젝트 전수조사...국제 정세·소송 등 탓에 늦어져

 

건설사들이 일부 대형 수주 프로젝트에 발목 잡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는 외형 성장에 도움을 주는 효자로 평가하던 일감들이었다. 갖가지 대내외 환경 변화 탓에 공사가 늦어지면서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 일부 공사는 중단되면서 돈 잡아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국내 5대 건설사가 수주한 도급금액 1조원 이상 국내외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했다. 5개 업체 모두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안고 있었다.

 

건설업체 주식 매매 의사결정에 있어 수주 금액은 중요한 요소다. 건설업 특성상 수주 잔액으로 미래 실적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업체가 공사 추진이 불가능한 프로젝트마저 수주 항목에 넣어 공시하고 있다. 이중 도급액이 3조원 넘는 프로젝트도 있어 불성실 공시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 포스코건설, 도급액 1조원 넘는 나이지리아 발전소 사업 중단

 

23일 해당 건설사들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 기본도급액 1조 1622억 원 규모 가스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 공사는 포스코건설이 진행중인 사업 중 3번째로 큰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사업 진행률이 0%다. 나이지리아가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의 폭탄테러로 전일(23일) 하루만 해도 5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현지 정세가 불안해 사업 진척이 더딘 것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착공 이전에 공사 발주처가 연료 가스 공급 협약도 맺고 자금 조달 등 작업을 선행해야 하지만 정세가 불안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라며 "언제 착공을 할 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도 2011년 12월부터 시작한 리비아 복합 화력발전소 공사를 35% 진행했다. 회사 측은 올해 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리비아 내전이 지속되자 안전상 문제로 현지 직원을 전원 철수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이 공사의 기본도급액은 1조3662억 원이다.

 

현대건설은 리비아에서 올 연말까지 완공해야 할 프로젝트가 3건 더 있다. 하지만 공사인원 철수로 예정일까지 공사를 마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이 언제 재개될 지 모르지만 금방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하면서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에 다행히 손해배상금은 받았다"고 말했다.

 

◇ GS건설, 3조2000억원 프로젝트 5년째 진행률 0%로 골치...수주 항목에 버젖이 보고

 

롯데건설 역시 서울 청량리4구역, 이른바 588 집창촌으로 불리는 곳의 도시환경정비(재개발) 사업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사업 진행율이 7년째 0%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있는 대로변 상가 및 병원이 집창촌 구역과 함께 재개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 진행에 발목 잡혔다.

 

이 지역 재개발을 담당하는 서울시 동대문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오래 걸렸지만 7부능선은 넘었다"라며 "계획상으로는 올해 연말에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내년 초부터 이주를 시작해 2019년 65층 주상복합을 준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외부환경 요인 탓에 진행하지 못한 공사가 있다. GS건설은 지난 2011년 호주 요소 비료공장 건설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기본도급액이 3조 2000억 원이나 되는 대규모 공사다. 회사 해외 수주잔액의 20%가 넘는다.

 

그러나 완공예정일이 한달 지난 지금까지 사업진행률은 0%다. 발주처와 원료 공급업체 간 소송으로 공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가 취소된다면 결국 해외 수주액을 잘못 공시한 꼴이 돼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살 소지도 있다.  

 

발주처 사정 탓에 지연되고 있어 사업이 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GS건설 관계자는 "발주처로부터 계약 연장 요청을 받았다"며 "향후 분쟁이 해결되면 사업성을 다시 판단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림산업, 자사 오판으로 성수동 뚝섬 사업 10년채 첫 삽 못떠

 

이외에 대림산업은 자사의 오판으로 인해 사업 진척이 더딘 사례다. 2005년 서울시로부터 3.3 제곱미터 당 6943만 원에 매입한 성수동 뚝섬 상업용지 3구역에 10년 째 첫 삽도 못뜨고 있다. 당초 대림산업은 해당 지역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장 예상가 보다 2배 비싼 가격에 부지를 사들였다.

 

그 뒤 2008년 한 채에 최고 40억 원이 넘는 최고급 아파트 '한숲 e편한세상' 을 분양했지만 저조한 분양률을 기록했다. 공사 기본도급액은 1조 1137억 원 수준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부지 매각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잡힌 게 없다”고 밝혔다.

 

공기가 지연될 경우 회사가 입는 피해는 적지 않다. 완공이 지연되는 만큼 장비 대여비, 인건비 등 공사비가 늘어나는 탓이다. 옛날엔 시공사 잘못이 아니라면 원가 상승 부분은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했다.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해외 수주 경쟁이 심해지면서 시공사의 교섭력이 약해진 탓에 스스로 감당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

김가영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미착공 상태의 사업은 다행히 기업이 감당해야 할 발생 비용이 많지 않다.. 다만 수주 공시를 보고 주식을 산 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오르지 않아 불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원은 "착공한 사업은 다르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추가 비용은 결국 손실로 잡혀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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