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정윤회라는 사람 확인해보라”
  • 감명국·조해수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07.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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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미행설 관련 조응천·박관천 등에 확인 요청 증언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미행설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7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흰색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박 회장은 검찰 신문에서 “정윤회라는 사람이 있으니까 확인해보라 했다”며 자신을 둘러싼 미행설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확인하려 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월6일 한 식당에서 당시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경정)을 만나 미행설에 대해 확인해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해 3월23일 시사저널(1275호)은 ‘박지만 “정윤회가 나를 미행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2014년 12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박 회장은 7월21일 법정 증인 출석 때는 취재진을 피해 따로 들어갔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증언은 본지의 보도 내용과 시기상으로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본지는 지난해 3월 보도에서, 박 회장이 2013년 말 자신에 대한 미행을 먼저 인지했고, 이에 화가 나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실)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사저널은 복수의 박 회장 측근을 취재해 미행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검찰 수사에서는 박관천 경정의 보고서가 마치 본지 기사의 근거가 된 것인 양 비쳐졌다. 박 회장 또한 박 경정의 보고서를 통해 미행설을 처음 인지한 것처럼 몰아갔다. 모든 것이 박 경정의 ‘자작극’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번 증언에서 자신의 비서 격인 전○○씨에게 정윤회씨가 자신을 미행했다는 게 사실인지 여부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은 미행설과 관련해 박 경정이 조사했다고 해서 이를 확인하려고 만난 것이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즉 박 회장 자신이 먼저 미행설에 대해 인지했고, 이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 이후에 박 경정으로부터 관련 보고서를 받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다음의 대화 내용은 박 회장이 법정에서 검사의 신문에 미행설과 관련해 증언한 것을 발췌한 것이다. 가급적 문답의 워딩 그대로를 살렸다.

검사: 조응천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박지만: 원래 전부터 알았지만 대선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네거티브대응팀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검: 조응천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 들어간 뒤 증인과 관련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박: 후보 시절 네거티브팀에서 가족·부부에 대해서 일을 했는데 청와대에 마침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들어갔다. 다른 민정비서관 되는 분이 저한테 연락이 와서 앞으로 가족 담당을 할 테니 연락을 하자고 해서, 제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우리 부부 관여하는 것보다 전에 했던 조응천 비서관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중략)
검: 증인은 전○○과는 어떤 관계인가?
박: 저희 회사 직원이었다. 법적인 문제, 특히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 건이 많아서 적절히 도움이 필요해서 우리 회사에서 일을 했었다. 
검: 법률적 조언이 필요해서 채용했나?
박: 그렇다.
검: 비서였나?
박: 홍보팀에 있었다.
검: 조응천과 전○○은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박: 네거티브팀에 있을 때 조응천과 나의 중간 역할을 했다.
(중략)
검: 전○○은 이후에도 피고인(조응천)과 증인(박지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인가?
박: 사실 대통령 동생이다 보면 저를 사칭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문제는 조응천 비서관이 확인하고, 직접 제가 통화한다거나 하기보다는 중간에 전○○ 통해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략)
검: 증인은 박관천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박: 미행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이 박관천 경정이었고, 그래서 한두 번 만났다. 
검: 증인에 대한 미행설이 있었을 당시에 박관천을 통해서 그 사실을 알아보게 한 인연으로 한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다는 취지인가?
박: 그렇다.
검: 박관천과 처음 만난 일시·장소가 2014년 1월6일 맞나?
박: 네.
검: 그때가 처음인가?
박: 네.
검: 조응천 부하라는 건 언제 알았나?
박: 그때 알았다.
검: 그날 박관천 만나기 전에 만나거나 연락한 적 있나?
박: 전혀 없었다. 
검: 이후에도 따로 만난 적 없나?
박: 그 후에, 한참 후에 만났다.
검: 증인에 대한 미행설 관련 기사가 난 이후 3월경 (시사저널) 기사 건으로 박관천을 한 번 만난 것인가?
박: 제가 (김기춘) 비서실장한테 기사 확인해달라 했더니, 그 근거를 달라고 했다. 그 근거를 청와대 안에서 비서실장이 해결해야 할 걸 저한테 달라고 해서···박 경정한테 근거를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만났다.
검: 1월6일 미행설 때문에 처음 만났고, (시사저널) 보도되면서 미행설 관련 근거 자료를 받기 위해서?
박: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료를 제가 받았는데, 그것을 (청와대) 비서실에 내는 것에 대해서 (박 경정이) 굉장히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한테 낼 때는 괜찮고 (비서)실장한테 줄 때는 안 된다는 걸 제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검: 문건 받아놓고 있었는데 박관천이 비서실에 내지 말라 이렇게 해서 만난 거란 것인가? 총 두 번?
박: 제 기억으론 그렇다.
검: 박관천·조응천과 식당에서 만났다. 미행설 때문에?
박: 그렇다.
검: 증인에 대한 정윤회의 미행설에 대해 조사를 위해 박관천을 만난 것인가?
박: 그렇다.
검: 증인은 전○○에게 미행설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나?
박: 네.
검: 그건 박관천이 아니라 조응천을 통해 알아오라는 지시인가?
박: 꼭 지명이라기보다는 내가 검찰이나 경찰에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정윤회라는 사람이 있으니까 확인해봐라. 
검: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확인해보라는 취지인가?
박: 그런 취지일 수 있겠지만, 이걸 청와대에 은근히 알아봐라 한 거다.
검: 증인은 증인이 청와대 관련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박: 저는 청와대에 궁금한 게 아무것도 없다. 

박 회장은 피고인인 조응천 전 비서관의 변호인이 진행한 반대신문에서도 미행설에 대해 추가적으로 밝혔다.

조응천 변호인: 2014년 1월6일 XXX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박: 네 
변: 당시 조응천으로부터 미행설 얘기 들은 적이 있나?
박: 네. 들은 걸로.
변: 박관천이 미행설 얘기를 많이 했나?
박: 간략하게…제가 검찰에 제시했던…두세 장 되는 것 같은데 거기에 있는 내용들만.
변: 박관천 같은 경우에 내용이 장황하고 많이 아는 듯하게 얘기하지 않던가? 
박: 그런 느낌은 안 받았다. 나중에 미행 건에 대한 문건을 받았을 때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게 한 번에 거짓으로 만든 문건으로 됐는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변: 그 이후라도 조응천이 미행설 관련해서 뭘 묻거나 전달한 적 있나?
박: 그런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박 회장은 “나중에 미행 건에 대한 문건을 받았을 때 상당히 구체적으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게 한 번에 거짓으로 만든 문건으로 됐는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모든 것을 박관천의 자작극으로 몰아간 검찰 수사에 의문을 표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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