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불씨 꺼지지 않았다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7.28 1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격호 뜻에 따라 제2의 쿠테타 가능성 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28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가(家) '형제의 난'은 일단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1) 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  한국과 일본 지주회사 지분을 따져볼 때 친형제간 갈등은 언제든지 재현될 소지가 크다.  

 

형제가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즈 지분은 비슷하다. 신동빈 회장은 19.1%,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보다 조금 많은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지주사이자 한국롯데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따라서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는 이가 롯데가 소유권 다툼의 승자가 될 수있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호텔롯데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신격호 회장(28%)이다.

 

2대 주주는 일본 비상장법인인 광윤사(光潤社)로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포장재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직원 3명에 불과한 회사다.

 

광윤사 최대주주도 신격호 회장(50%)이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심중은 명확하지 않다. 신동주 전 부회장을 따라 일본에 건너간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94세 노령인 탓에 오판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선임과정에서 보인 신동빈 회장의 처신에 불만을 가졌다는 말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지난 15일 본인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노령 탓에 저지른 실수라면 신동주 부회장의 쿠데타는 완전 진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부회장에게 불만을 갖고 장남과 행동을 함께 했다면 형제의 난은 언제든지 재발할 소지가 있다. 그땐 누가 승리할 지 장담할 수 없다. 아버지 지지를 등에 입은 형이 유리할 수 있다 해석까지 나온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는 신격호 회장과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 사이에서 각각 1954년, 1955년에 태어난 연년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롯데가 아닌 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미쓰비시상사,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을 다녔다.      

 

신격호 회장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형제의 지분 구도가 비슷한 것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롯데의 후계구도는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 해도 동생이 형을 완전히 이긴 게임으로 받아들여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올 초에는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일본 롯데는 형, 한국 롯데는 동생이라는 롯데가 승계 예측 구도를 벗어난 행보였다.

 

그런데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형 신 부회장이 ‘실패한 쿠데타’를 벌여 한국과 일본 재계를 흔들어 놓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자신을 제외하고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경영권 승계자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도 해임됐다.

 

신동빈 회장은 바로 반격했다. 롯데홀딩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전격 해임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결정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에서 지위는 변화가 없으며 신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경영현안 전반을 챙겨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