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푸드트럭의 전설 ‘로이 최’ 안 부럽다
  • 윤영무│MBC아카데미 이사 ()
  • 승인 2015.07.29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에서 푸드카 사장 변신한 김성규씨의 창업기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다. 이 수치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오호통재라!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청년 실업은 본인은 물론 가족, 친인척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 기자를 오래 했다는 이유로, 저널리스트를 자처하는 필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필자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닌, 칼 대신 펜을 들고 청년 창업 의병장이 되어 청년 창업을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장 빠르고, 가장 맛있게

우선 올해 안에 반드시 100명의 청년들에게 푸드카(트럭) 창업을 시키자. 필자가 청년 창업 수단으로 푸드카를 선정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식 메뉴를 표준화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한식 세계화를 앞당겨 국내는 물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유타 주에 진출한 컵밥 푸드카가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둘째, 푸드카는 튜닝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다. 적절한 메뉴 개발이 이뤄진다면, ‘가장 빠르고, 가장 맛있게, 가장 싸게’라는 자본주의 마케팅의 핵심을 발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마지막으로, 푸드카는 창업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실패할 경우 충격을 덜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장사가 안 되면 메뉴를 바꿔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더구나 푸드카는 지난해 3월, 정부의 규제 개혁 관련 장관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합법화 규정이 마련됐다. 

남양주시 능내역에서 푸드카를 운영하는 김성규 솔트앤페퍼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그렇다면 100명의 푸드카 청년 창업자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자본이 들어갈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 계획을 세워야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경기도 남양주의 폐역이 된 능내역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현재 김성규씨(44)가 ‘솔트앤페퍼’(Salt&Pepper)라는 푸드카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국립 S대를 졸업하고 유명 일간지에서 14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기자 일을 그만두고, 싱가포르 요리학교를 졸업한 다음 그곳에서 일하다가 석 달 전 지금의 자리를 찾았다. 그의 푸드카는 1973년식 미제(美製) 캠핑카를 개조한 유사 푸드트럭이다. 구입비용까지 모두 4500만원이 들었다. 장소 임대 보증금으로 1000만원이 들어갔다. 수제 햄버거 등을 파는데 매출액은 첫 달 195만원, 둘째 달은 첫 달의 두 배인 455만원, 셋째 달은 메르스 파동으로 327만원이었다.

“정부가 푸드카 합법화 규정을 만들면서 오히려 푸드카의 영업 장소 제한이나 개조 규정이란 족쇄를 달았어요. 푸트카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량의 이동성을 활용하면서 차별화된 새로운 메뉴를 선보여야 인기를 끌 수 있어요. 지금으로선 국토부가 고시하는 장소만 이용해야 하고, 그것도 장소 임대 계약을 맺어야만 차량 개조 허가와 영업 허가가 나옵니다. 개조할 수 있는 차량도 0.5톤과 1톤 화물차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로는 떡볶이·어묵·순대·튀김 정도를 파는 기존 노점과 별 차이가 없어요. 두 명이 서서 일하기도 비좁은 공간에서 새롭고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기란 어렵지요. 위생적인 면에서도 취약하고요.”

그는 푸드카 합법화의 길이 열렸지만 지금의 가이드라인에서 푸드트럭 성공 신화가 나오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행 규정 안에서 푸드카 창업을 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필자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푸드카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네요. 각종 행사장 안에서는 합법화 가이드라인의 규제를 받지 않고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푸드카(트럭)를 유치할 수 있으니까요.”

그에 따르면 청년 혼자서 푸드카 창업을 하기에는 장소 임대나 운영 등 여러 가지로 벅찬 요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팀을 짜서, 이를테면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 차량을 개조하는 사람,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 등 5인이 한 팀을 이뤄 시작하면 창업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현행 규정에 맞게 1톤 차량을 개조할 경우 사실상 음식 조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창고 등을 임대해 음식을 만드는 곳을 따로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 창업 의병장으로 ‘제2의 로이 최’ 육성 

100명이 3인 1조로 창업할 경우 필요한 푸드카는 30~40여 대. 한 대당 1300만원꼴인 1톤 트럭 40대로 잡으면 차를 구입하는 데 5억2000만원이 든다. 여기에 개조 비용이나 장소 임대비, 교육비, 메뉴 개발비 등 총 10억원 정도면 100명의 청년에게 푸드카로 창업을 시킬 수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45)의 이야기다.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고기(Kogoi)’라는 푸드트럭으로 성공 신화를 쓰면서 미국에 푸드트럭 열풍을 일으켰다. 멕시코 음식에 불고기를 접목한 타코를 2달러에 선보였다. 2010년 3월20일자 ‘타임’지에 따르면 그는 첫해 200만 달러(22억6000만원)의 매출을 푸드트럭으로 거뒀다. 2달러의 주력 메뉴 하나로 거둔 매출액으로는 경이롭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백성을 존중했던 의병 정신을 본받아 우리 모두 청년 창업 의병장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한 사람이 1000원씩, 100만명이 내면 10억원이 모이고, 이 돈이면 100명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청년 창업 의병에 참여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일과 백만장자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필자는 청년 창업 의병장이 되어 새롭게 출발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