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꼭 봐야할 공포 만화 5선
  • 김병수│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
  • 승인 2015.07.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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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온몸이 떨린다

적은 시간에 가장 저렴한 비용을 들여 충분한 식은땀을 흘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공포만화 읽기다. 소설이 주는 비주얼의 아쉬움, 영화가 주는 비용과 나들이의 번거로움, 뉴스가 주는 드라마의 부재를 해소시켜주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다. 지금 당장 집 앞 서점이나 대여점을 다녀오거나 모니터를 켜기만 하면 저비용·고효율의 등골 오싹한 공포만화를 눈앞에 펼쳐놓을 수 있다.

 

 

 

1.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들

이토 준지는 공포만화의 대명사이자 교과서다. 일본식 코믹스 양식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과 시각적 이미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는 대부분 수준 이상의 공포를 선사하기 때문에 특정 만화만을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토미에>와 <소용돌이>다. 토막 난 시체 조각 하나하나가 토미에로 환생해 더 큰 공포를 낳고, 토미에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 역시 토미에가 되어간다는 발상은 ‘만화’가 아니면 하기 힘든 극한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서서히 커지는 소용돌이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종국에는 마을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해간다는 <소용돌이> 역시 공포소설의 지존 스티븐 킹도 울고 갈 만한 이야기다. 30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여전히 이토 준지가 만들어낸 공포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토미에’로 증식되어간다.

 

 

2. 우메즈 가즈오의 <표류교실>

이토 준지가 유치원 때부터 팬이었다고 말하는 일본 공포만화의 대가 우메즈 가즈오의 <표류교실>은 본격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재난물에 더 가깝다. 지진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세계로 워프해버린 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처절한 생존기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급식실 아저씨가 식량이 자기 것이라며 아이들과 선생님을 죽이는 장면, 학교 내 불순종자가 있다며 학생을 십자가에 불태우는 장면, 신인류인 일목인의 등장 등 초등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옥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친구를 구워먹는 장면에 이르면 공포를 떠나 멘탈이 붕괴될 지경에 이른다. 읽고 나면 초등학생들에게도 깍듯한 예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2012년 무수정·무삭제 3권으로 국내에 출간된 <표류교실>은 권당 700페이지가 넘는다. 놀라운 흡입력과 빠른 전개로 마치 한 권을 읽은 기분이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3. 강풀의 <이웃사람>

강풀은 일찍이 <아파트> <타이밍> <이웃사람> <어게인> <조명가게> 등 일련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강풀이 부여한 시리즈의 공식 명칭. 이하 ‘미심썰’)로 공포 웹툰의 장 자체를 열었다.

<이웃사람>은 미심썰 시리즈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자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던 중 유난히 연쇄살인 납치 사건이 자주 보도되었던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저렇게 되기까지 분명히 주변에서 누군가는 그놈의 정체를 일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라는 착한 의도로 시작된 <이웃사람>은 결코 착하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이웃사람>은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바로 연쇄살인마의 실체가 아닌지 묻는다. 우리를 오싹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죽은 의붓딸이 매일 아무 일 없는 듯 돌아온다는 도입부 시퀀스는 공포만화 역사상 몇 안 되는 명장면이다.

 

4. 호랑의 <옥수역 귀신> <봉천동 귀신>

호랑 작가의 공포 단편 웹툰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은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유튜브에는 한동안 두 작품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이 유포될 정도였다.

사실 내용은 옥수역 진입 전동차 사건이라든지, 봉천동 아파트 투신 자살 사건이라든지 한국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괴담을 극화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만화가이면서 IT 전문가였던 호랑 작가가 음향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특정 장면의 공포 수위를 극대화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네이버에서는 해외의 놀라운 반응에 화답하듯 시리즈 마지막에 두 작품에 한해서만 영문판을 별도로 업로드해놓고 있다.

 

5. 네이버 납량 특집 <소름>

네이버 웹툰은 <옥수역 귀신> <봉천동 귀신>을 탄생시킨 미스터리 단편 특집의 성공에 힘입어 2013년에는 ‘전설의 고향’ 특집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서는 POGO의 <장산범>, 윤인완의 <시척살>, 호랑의 <마성터널>이 큰 인기를 얻었다. 2015년 7월14일부터는 ‘2015 여름 공포 특집 단편선 <소름>’ 시리즈가 시작됐다. 7월22일 현재 6편의 작품이 올라 있는데 9월 말까지 50개의 단편이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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