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월세 상한제 있으나마나...주택시장 변화에 맞게 제도 정비해야
  • 노경은 기자 (rke@sisabiz.com)
  • 승인 2015.07.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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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에게 2년 계약이 끝난 뒤 월세로 전환한다고 통보한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이 가파라지는 것은 금리 인하와 무관치 않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계속되자 집주인은 재산 증식 방안으로 저축이자 대신 월세를 택한 것이다. 이른바 월세 재테크다.

월세 재테크가 늘어날수록 집 없는 서민의 부담은 커진다. 29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월세 전환율은 6.9%다. 전분기 대비 0.2%포인트(P) 올랐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에서 월세로 바꾼 세입자가 월세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이 숫자가 클수록 다달이 내는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

월세민의 주택비 지급 부담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전환율이 당분간 으로면서 세입자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월세 세입자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택임대차 보호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은 6% 미만이어야 하는데 서울시 평균치만 봐도 법적 기준을 넘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왜 월세 인상 상한선을 지키지 않을까. 정부는 왜 이들을 규제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경우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상적 월세 계약 기간인 2년이 지나고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 계약 갱신 시 집주인이 월세를 얼마나 올리든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법은 계약 중간에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계약 기간 중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임차인 보호 효과가 없는 것은 이때문이다. 신고 제도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집주인이 횡포를 부려도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해당 법 조항을 잘못 이해하고 '집주인이 6% 미만에서 월세를 책정하겠지'라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이쯤 되면 임대차 보호법 조항에 넣기 민망할 정도다. 또 정부가 임차인 보호 의지를 갖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

전문가들은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는 때라고 말한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임차 형태였다. 앞으로 전세는 소멸되고 자가와 월세만 존재할 듯하다.   

주택시장 변화에 따라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월세 시대에 맞게 임대차보호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열정페이’ 받고 일하는 일부 청춘들이 집주인에게 월세로 월급을 통째로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월세가격 상한제는 계약을 만기 갱신할 때도 적용돼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처럼 지자체마다 적정 월세 임대료를 결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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