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신당의 성패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7.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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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권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탈당이니 분당이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중에 나도는 신당설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호남 정치권 일부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탈해 호남 신당을 만드는 경우고, 또 하나는 중도 개혁을 내세우고 야권 일부에 여권 인사와 정치 신인이 가담하는 제3지대 정당이 탄생하는 시나리오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많은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은 개혁 신당일 것이다. 정쟁에 몰입하는 기존 정치권의 모습에 질려버린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대중의 이 같은 희구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011년에 시작된 ‘안철수 현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현실 정치에 반영시키는 데 실패했다.

실체는 없지만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는 제3지대 개혁 정당은 안 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제3당이 자리 잡기는 어렵다. 1987년 개헌 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통일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제3당의 어려운 상황을 알 수 있다. 1988년 총선에서 통일민주당은 전체 유효 투표에서 23.8%를 얻었으나, 당선자는 59명에 불과해 제3당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평화민주당은 유효 투표의 19.3%를 얻었지만 70석을 확보해 제2당이 됐다. YS가 3당 합당에 나서게 된 것도 소선거구제하에서 통일민주당이 제3당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YS의 통일민주당과 비슷한 모습은 오늘날 영국 자민당에서 볼 수 있다. 영국은 인구가 6450만명이고 하원의원 숫자는 650명이며, 양대 정당은 보수당과 노동당이고 소선구제를 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19세기 말까지 보수당과 자유당이 양대 정당이었는데 20세기 들어서 노동당이 부상하자 자유당은 1920년대부터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고, 1988년에 노동당에서 이탈한 사민당과 합쳐서 자민당이 되었다. 자민당은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고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을 표방하는데,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총선에서 유효 투표의 17~23%를 얻었으나 하원 의석은 전체 의석의 3~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2015년 총선에서는 득표율 7.8%에 전체 의석의 1.8%에 불과한 8석을 얻는 참패를 기록했다.

 

창당에 소요되는 자금 등 현실적 문제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소선거구 제도에서 영국 자민당 같은 제3지대 개혁 신당이 설 땅은 척박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에서 개혁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새누리당의 퇴영적인 모습, 그리고 제1야당이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그런 세력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 신당이 출현한다면 2016년 총선은 물론이고 2017년 대선이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될 것이다. 개혁 신당은 제3당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꾸는 큰 그림을 지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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