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불구 경기 둔화 심화
  • 류혜진 기자 (ryoo@sisabiz.com)
  • 승인 2015.07.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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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 이어갈 듯...주택부문 과도한 자금 쏠림엔 우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리며 돈을 풀었으나 경기를 살리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급감한 데다 풀린 돈 가운데 많은 부분이 주택 부문에 잠긴 탓이다. 또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 경기가 급격히 식어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한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금융통화위원회가 2%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1.5%까지 내리며 자금을 풀었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또 소비와 생산이 모두 부진해 GDP(국내총생산)갭의 마이너스 폭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GDP갭은 활황일 때는 플러스를, 침체기엔 마이너스를 나타낸다.

한은은 전년 동기 대비 올 상반기의 실질 GDP 상승률은 2.3%로 작년 상반기의 3.7% 비해 1.4%포인트(P)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민간소비 상승률은 작년 상반기의 2.1%에서 1.8%로 떨어졌다. 지난 해 상반기 3.7% 늘었던 상품수출이 그리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올해 1% 포인트 줄어든 것도 경제를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자금이 풀렸지만 경기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0.5% 상승하는데 그쳤다. 1분기 중에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전기. 도시가스 요금 인하가 또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작년 말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쳐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게 했다. 가격 변동성이 낮은 식료품과 낮아진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율은 작년 말 보다 0.3% 올랐다.

메르스 사태나  그리스 디폴트 등이 대내외에서 경제에 충격을 준 데다 중국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마저 저조해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은행은 국내경제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잠재성장율을 밑도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경제 회복이 불확실한 상태라 수출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점이 우선 부담을 주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1분기 세계 물가 상승률을 2.6%로 집계했다. 미국, 유로지역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였고 주요  신흥시장의 물가상승률도 하락세다.

한국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IMF와 OECD는 모두 중국의 올해 GDP는 6.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려고 푸는 자금이 부동산에 잠기고 있어 정부나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5월 광의통화(M2)는 지난해 5월보다 9.3% 늘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7% 증가했다. 대출 증가세가 통화량 증가세를 앞선다.  

한은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되 시중 유동성이 주택 부문에 과도하게 잠기지 않도록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전셋값 등 주택 부문이 향후 물가에 부담을 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은의 설문에서도 국민들은  향후 소비자물가의 주요 상승 요인으로 집세를 많이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을 점검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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