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삼부자 동반 퇴진해라
  • 이철현 편집국장 (lee@sisabiz.com)
  • 승인 2015.07.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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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승계 탓에 한국 기업 골병난다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두고 봐야 하나. 롯데가(家) 삼부자가 벌이는 작태는 사회적 관용의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버지는 아흔 넘어서까지 이사회 인사에 관여하면서 형제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노추(老醜)라고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장남은 자기 몫을 돌려받고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내세워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차남은 회사를 독차지할 심산으로 ‘아버지는 제 정신 아니고 형은 능력 없다’고 떠벌이고 다닌다.

지각 없는 가족이 벌이는 희비극이다. 어느 막장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그럼에도 일개 가족사(家族事)로 치부하고 말 일은 아닌 듯하다. 재벌체제라는 기업지배구조가 세계 13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에 적합한 지를 따져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 경제가 지난 60년 압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재벌 창업주가 필요했다. 정주영, 이병철 등 재계 거인은 논란이 없지 않지만 한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창업주 자식이 기업 경영권을 승계 받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영 능력은 유전자에 새겨져 타고 나는 게 아니다. 타고난 기질보다 학습과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을 통해 생긴다.

무엇보다 후계자는 물려 받는 기업 규모에 걸 맞는 경영 역량과 자질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는 짓거리를 보면 신씨 삼부자는 자질도 없고 역량도 없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아흔넷 고령임에도 아직까지 그룹 후계 구도를 정리하지 않아 형제간 ‘개싸움’을 초래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한 적이 없다. 오히려 경영 실패가 빌미가 돼 쫓겨나는 비운을 겪었다. 신동빈 회장은 정치력이나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분란을 초래했다.     

롯데 ‘형제의 난’은 재벌 경영권 승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재벌 승계 구조 탓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은 28일 “재벌 3~4세 승계 관행 탓에 10년 내 한국 기업은 골병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다. 롯데는 계열사 80개, 총자산 92조원, 종업원 12만명을 거느린 재계 5위 기업집단이다. 롯데가 기업 규모에 맞는 경영지배구조를 갖추길 바란다.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아버지 모시고 동반 퇴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붙어 있으면 싸우니깐 형은 일본에서 동생은 한국에서 사는 게 어떨까. 아버지는 한국과 일본 아들 집을 오가며 남은 여생을 보내도 좋겠다. 1967년 롯데를 창업해 재계 5위 기업집단으로 키워낸 자기 업적에 먹칠하지 않는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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