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일 때 쓴 기획안이 대박 낼 수 있다”
  • 조철│문화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8.05 18:18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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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모험> 펴낸 ‘외식업계의 신화’ 성신제 대표

여름 휴가철이지만 서울 강남역 주변 거리에는 인파가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퇴근길 젊은이들이 깃드는 강남대로 뒤 이면도로에 자리 잡은 지지스컵케이크 1호점에도 고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신제 피자’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성신제 대표(68)가 지난해 새 사업 아이템으로 국내에 선보인 곳이다. 성 대표는 최근 외식업 30년의 과정 속에서 겪었던 역경과 도전을 담은 <달콤한 모험>을 펴냈다. 지지스컵케이크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한 성 대표를 만났다.

“인생 2막 시작한다는 건 두렵지만 설레는 일”

“화려한 성공과 벼랑 끝의 좌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문제는 성공과 좌절을 대처하는 삶의 자세다.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꿈과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그래야 후회 없는 진짜 인생을 살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외식업은 특히 소비자의 트렌드와 불황에 민감한 사업이다. 오늘의 기회가 내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쟁터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더불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준비해야 하는 사업이다.

성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40대에 피자헛을 국내에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불행히도 미국 본사에 넘겨줘야 했다. 50대에 ‘피자 독립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성신제 피자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외환위기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60대에 직장암·간암·폐암 등 세 가지 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역경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2011년 직장암과 간암, 그리고 폐암 선고를 받았다. 인생을 정리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고통 때문에 입 밖으로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으려 이를 악물고 생활해야 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뭔가 쓰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이 책이다.”

돌이켜보니 성 대표는 10년에 한 번씩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 여유로운 시절이 아니라 힘든 일을 맞아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창업자금 칠만이천원>과 <나는 50에 꿈을 토핑한다>가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복기하듯 나온 것들이다.

성 대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1997년 케니 로저스 로스터스가 부도나고, 그 후에 재기했던 성신제 피자가 성공의 신호탄을 쏘며 점포를 늘려나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쉰 살에 알거지가 된 것에 감사한다. 만약 예순 살에 사업이 쓰러졌다면 어쩔 뻔했겠느냐?” 그러나 몇 년 후에 성신제 피자는 부도가 났고, 60대의 시작은 항암 투병으로 맞이해야 했다.

“도전할 용기 가지고 당장 기획안을 써라”

암과 싸우던 성 대표는 다시 사업 기획안을 작성한다. 아이템은 1인 가구 시대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인 컵케이크다. 돈이 없어 미국에 본사를 둔 ‘지지스컵케이크’에 투자를 요청했다. 2014년 지지스 본사는 컵케이크 한국 사업권을 성신제 대표에게 위임했고, 현재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성 대표에게 숱한 역경과 고난에 맞설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는 ‘도전할 용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젊은이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전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1984년 피자헛을 국내에 들여올 때나, 2014년 지지스컵케이크를 시작할 때도 나는 수중에 가진 것이 없는 무일푼이었다. 오로지 기획안 한 장으로 승부를 걸었고, 미국 대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유치했다. 도전은 늘 두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는 일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꿈과 도전 앞에서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고 주문한다.”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굴곡진 삶을 살아온 성 대표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그는 살아오면서 성공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한때 큰돈을 버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큰돈은 손에 잡힐 듯하면 바로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외식업 30년을 돌아보며 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고객이 자신의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지지스컵케이크를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 대다수가 만류했다. 그러나 성신제 대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컵케이크를 시작했다. 자신의 매장에서 고객들과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며 부족한 것들을 배우고, 그 배움 속에서 한결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성 대표를 보면 진짜 인생은 자신과의 승부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할 용기’이며, 그것이 준비되었다면 당당하게 모험을 즐겨야 할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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