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자동차 소재 전쟁에서 승리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08.10 10:23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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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고품질 제품으로 알루미늄과 CFRP 도전 막아내
사진 : 폴크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

철강이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과 벌인 자동차 판재 전쟁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Volkswagen)은 패스트(FAST) 프로젝트에 한국 철강업체 포스코가 참여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FAST는 폴크스바겐의 미래형 자동차 프로젝트다. 이는 폴크스바겐이 미래용 자동차  판재로 철강을 채택했다는 반증이다.

세계 자동차 업체는 차량 무게를 줄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배출 가스 규제가 엄격해진 탓이다. 차체가 가벼우면 연비가 향상돼 배기 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가벼운 알루미늄과 CFRP가 무거운 철강을 대체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세계 2위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미래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철강업체를 포함한 것은 의외다. 철강이 차량용 판재로서 경쟁력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 알루미늄과 CFRP, 차세대 차량용 판재로 부상

알루미늄과 CFRP는 한때 철강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환경 규제 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2년 신연비규정(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을 마련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연비를 2025년까지 54.5MPG(23.16 km/l)로 올려야 한다. 현행 기준은 27.5MPG(11.6 km/l)다.

유럽도 2008년 배기가스 규제 법안을 만들었다. 완성차 회사는 2020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평균 95g 이하로 줄여야 한다.

완성차 업체는 차량 경량화로 연비를 높여야 한다.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가벼워 차량용 판재로 주목받았다. 지금도 일부 고급 차량의 판재로 쓰인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페라리488은 알루미늄을 이용해 차체를 만들었다. 아우디A8,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 고급 차종도 알루미늄을 판재로 채택했다.

최근엔 대량 생산 차종도 알루미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포드(Ford)는 지난해 12월 픽업트럭 F-150(2015년형)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픽업트럭 F-150는 지난 32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트럭이다.

CFRP도 자동차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 소재인 탄소섬유는 알루미늄보다 30% 가볍다. 인장 강도가 철강보다 10나 세 차체 강성도 높일 수 있다.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i8과 i3 차체에 CFRP를 적용해 무게를 182kg 줄였다.

◇ 철강이 자동차 소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알루미늄과 CFRP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지만 철강은 여전히 차량용 판재로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싸고 가공이 쉽기 때문이다.

고장력 철강 AHSS(Advanced High Tensile Strength Steel)는 kg당 1.44달러다. 반면 알루미늄은 4.26달러, CFRP는 17.6달러다.

알루미늄과 CFRP는 철강보다 가공하기 어렵다. AHSS 가공 비용은 kg당 2.08달러다. 반면 알루미늄은 5.62달러, CFRP는 42.24달러다. 톤 단위로 계산하면 비용 차가 상당히 커진다.   

생산시설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소재 특성이 달라 생산라인 자체를 바꿔야 하는 탓이다.

철강 판재는 프레스로 찍어 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강도가 약하다. 알루미늄을 강하게 만들려면 생산 공정이 복잡해진다. CFRP도 대량 생산할 시설과 기술이 아직 없다.

업계 전문가는 “지프(Jeep) 랭글러(wrangler)도 알루미늄 차제를 도입하려다 비용 탓에 철강으로 돌아왔다”며 “비용 우위 덕에 철강은 앞으로도 자동차 소재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 점쳤다.

◇ 국내 철강업체, 고품질 제품 출시에 매진

변수는 전기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눈여겨 봐야한다”며 “전기차는 경량화가 필수라서 신소재 사용률이 높다”고 했다.

미국 컨설턴트 업체 듀커 월드와이드듀커월드와이드(Ducker Worldwide)는 ‘이 추세대로라면 자동차 판재로서 알루미늄 수요가 1500만 톤 늘어나 철강 2500만 톤을 대체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철강업체는 품질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15일 경영쇄신안 발표에서 “철강의 본원적 능력을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는 TRIP, TWIP 등 최신 철강 소재를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인장 강도가 높은 X-AHSS, U-AHSS를 개발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강도가 높고 가공이 용이한 초고강도강은 기존 강판보다 얇게 만들 수 있어 차량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며 "철강이 자동차 소재기업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한 제품개발에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핫스탬핑 기술로 초고강력강을 만든다. 핫스탬핑은 950℃ 고온으로 가열한 철강을 한 번에 프레스로 성형한 뒤 다시 급속 냉각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판재를 인장 강도 150kg/㎟ 이상의 초고강력강으로 만들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핫스탬핑 기술로 자동차 판재를 이어붙이거나 용접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판재가 더 가볍고 강해져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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