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붕괴, 대기업 지배권 분쟁 탓?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08.11 17:36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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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주 외국인 순매도 1위 삼성물산, 기관은 제일모직...지배구조 개편에 손해 “대형주 매력 떨어져”

코스피가 2000 밑으로 추락했다. 재벌 지배구조 논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코스피는 1986.6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6일 1987.33을 기록한 이후 149일 만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가 대형주에 집중됐다. 7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대형주 8240억원 어치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기관도 1조7670억원 순매도했다.

대형주 약세를 두고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논란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했다는 해석이다.

8월 첫주 투자자별 순매도 순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장식했다. 외국인은 8월 첫주에만 삼성물산 주식 57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제일모직 주식을 1547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두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할 때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1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순매도는 8월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7월에도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2712억원 가량을 내다 팔았다. 제일모직도 1014억원 순매도였다. 기관도 제일모직 주식 283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이 통과된 지난 7월17일 임시주총일을 기준으로 하면 매도세는 더 두드러진다. 7월17일부터 8월10일까지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3270억원, 기관은 제일모직 주식 315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두 종목을 쉴 세 없이 내다파는 동안 코스피도 하락세를 걸었다.

지난 7월 17일 코스피 종가는 2076.79였다. 이후 3주간 코스피는 하락세를 보이며 2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중국 증시 폭락, 미국 금리인상, 실적 쇼크 탓도 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 만큼 투자심리를 얼어붙게한 이슈는 없다는 평가다.

대외 변수로 인한 부정적 전망이나 어닝쇼크도 두 종목 매도세를 넘어서지 못했다.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네이버는 하루에만 13.95% 급락했으나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134억원에 그쳤다. 기관이 1322억원 매도물량을 쏟아냈지만 제일모직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사업성 악화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대우조선해양에서 기관은 같은 기간 104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순매도 순위로는 80위권 밖이다. 외국인은 순매수했다.

제약업종에서는 어닝쇼크후 11.46% 급락한 한미약품에서 외국인은 99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으로부터 682억원 순매도 물량이 나왔다. LG전자는 외국인이 1020억원, 기관은 577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며 "언제 지배구조 개편으로 손해볼지 몰라 국내 대형주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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