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동 원유시장 패권 다툼에 등터지는 국내 정유업계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08.11 17:53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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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공급으로 정제마진 추락 가능성
석유정제공장/기사와는 관계없음

미국이 주도하는 원유 가격 하락이 국내 정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정유 업체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납사 등 석유 제품을 만들어 얻는 이익이다. 유가가 낮아질수록 정제마진도 같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8월 둘째 주 두바이(Dubai)유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로 전주에 비해 3.8%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도 45달러로 6.3%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49.5달러로 6.9% 낮아졌다.

정제마진도 줄고 있다. 아시아 정제마진 평균치를 나타내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1분기 배럴당 평균 9달러를 기록하다 지난달 6달러로 급락했다. 이달 초에는 5달러대로 떨어졌다. 정유업체 손익분기점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6.5달러 수준이다.

◇ 미국·중동 치킨게임...원유 시장 패권 다툼

저유가 중심에 미국이 있다. 유가가 계속 떨어져도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다. 원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7일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는 670기다. 전주 대비 6기 증가했다. 수요는 늘지 않았는데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원유 채굴 업계는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을 줄인다. 생산비용은 고정이라 가격이 줄면 마진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생산 비용을 낮췄다. 저유가를 감내할 힘이 생긴 것이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EOG리소시스(EOG Resources)에 따르면 생산 효율성이 개선돼 원가가 19% 하락했다. 시추까지 소요 기간이 전년대비 34% 줄어들었다. 석유가스 회사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Pioneer Natural Resources)도 2분기 생산원가가 전분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동 산유국도 수출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원유 감산을 거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손해 보더라도 원유 시장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이 자국 내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원유가 아시아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여기에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이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동이 원유 시장 패권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국내 정유업계

원유 공급과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7월 이란 핵협상 타결로 세계 석유매장량 4위국인 이란도 내년부터 원유 수출이 가능해졌다.

미국 원유 수출 자유화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에너지 정책 및 보존법(EPCA, 1975)’이 내년에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안이 폐지되면 원유 수출로 공급량이 늘어난다.

국내 정유업계는 저유가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을 전망이다. 유가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정유업계가 입는 타격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정유업계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게 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938억원으로 2분기 9879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에쓰오일은 2분기 영업이익 6130억원을 기록했으나 3분기 전망치는 2237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는 “복합정제마진 지표가 이미 정유업계 3분기 실적을 말해주고 있다”며 “정유업체가 저유가라는 악조건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장 가동률을 낮춰 공급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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