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냐 바이든이냐…‘오心’은 어디에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5.08.12 19:31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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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앞둔 오바마의 속내 궁금…‘경선 흥행 위해 바이든 밀어주기’ 추측도

“오바마 대통령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다. 민주당 내에서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항마로 조 바이든 현 부통령의 출마 여부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선거판에서 오바마 현 대통령이 대놓고 누구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과연 그의 속마음이 어디에 가 있느냐는 것이 궁금증의 요체다. 특히 최근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기에는 최소한 백악관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오바마는 활기찬 후보들의 대결을 바란다”

7월20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제25회 미국장애인법 제정 기념식 리셉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 AP 연합

워싱턴 정가 분위기상 현직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그의 속마음이 무엇인지가 밝혀지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 주변 측근의 말도 각자가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고’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치고 말았다. 그는 8월3일 미국 ‘MSNBC’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만약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하면 강한 소신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바이든 부통령은 중산층의 대변자”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게 과거 정치적 결정 중 가장 영리한 결정이었다고 오랫동안 밝혀왔다”고 언급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언급한 다음 “오바마 대통령은 활기찬 후보들의 대결이 민주당과 미국 이익을 위해 최고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의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는 확정적 발언은 없으나, 마치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기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파문이 일자 기자들이 다시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백악관에 던졌다. 그러자 어니스트 대변인은 “나는 어떠한 예비후보의 자질에 관해 평가하는 일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도 그가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이며, 이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나 다른 여타 행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날은 아마도 오바마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대변인인 어니스트가 하루 종일 자신의 말 한마디에 대한 해명으로 보내야 했던 가장 긴 하루였을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의 속내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그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54회 생일을 맞은 8월4일, 그가 바이든 부통령과 집무실에서 함께 보내고 점심을 먹는 등 장시간 회동을 갖자 기자들은 바이든에게 연거푸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바이든은 “당신(질문한 기자)이 내 러닝메이트라면 그렇게 하겠다”라는 유머로 받아넘겨야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의 긴 독대가 이어지자 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설사 그 자리에서 몇몇 정치적인 문제가 논의되었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매우 사적인 것이고, 대통령과 부통령은 서로 솔직하게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관계이며, 그러한 내용은 사적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사적(private)’이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써가며 확대 해석을 막아야 했다. 최근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이러한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미국 대선, 특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둘러싸고 과연 오바마 현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일까에 쏠린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7월20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제25회 미국장애인법 제정 기념식 리셉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 AP 연합

트럼프 효과로 공화당은 경선 흥행

오바마 대통령의 2016년 대선에 대한 속마음과 의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점 말고도 사실상 그가 아직도 민주당 선거판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1인자라는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조 바이든 현 부통령 모두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신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바마가 바람몰이를 해가며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이후 다시 재선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 경선과 대선 본선 모두에서 그가 보여준 탁월한 능력은 현재도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현직 대통령 오바마가 만약 조 바이든 부통령의 손을 들어준다면, 현재 민주당 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힐러리 대세론’은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그 같은 선택을 노골적으로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힐러리가 오바마 1기 내각 내내 국무장관을 맡을 정도로 행정부를 함께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난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가 자신이 가진 재원뿐만 아니라 조직 등을 동원해 오바마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현실적인 도움을 준 사실을 쉽게 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편으로는 차기 대선에 대한 의중을 미리 밝힘으로써 어쩌면 자신의 레임덕을 일찍 자초할 수도 있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바마의 최종 목표가 민주당 정권 재창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오바마 입장에서는 누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화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어떤 민주당 예비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더 있을지에 대해 내심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임도 분명하다. 최근 오바마의 고민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까지 합쳐지면서 한껏 경선 열기를 몰아가고 있는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 내부 경선이 전혀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 민주당 내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대적할 수 있고 국민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후보가 마땅히 없다는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이 어쩌면 오바마가 바이든 카드를 내세워 대선과 관련해 공화당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민주당으로 돌아오게 유도하려는 이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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