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팀에서 강정호가 5번이라면 4번은 누구야?”
  • 김경윤│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
  • 승인 2015.08.12 19:45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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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이어 박병호에게도 군침 흘리는 ML 구단들

넥센 박병호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넥센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중앙 좌석에서 박병호를 살피는 복수의 외국인 스카우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제도를 거쳐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포스팅 금액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박병호는 과연 한국 선수의 ML 진출 역사에 또 다른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현지에선 박병호 성공 가능성 높이 평가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은 자유계약(FA) 선수가 아닌 선수가 해외 진출을 노릴 경우, 소속 구단이 이적 구단으로부터 이적료(포스팅 금액)를 받는 제도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는 1군에서 7시즌 이상 FA 자격 일수를 채운 선수가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 포스팅을 실시하게 되면 경매 방식으로 낙찰이 이뤄지는데,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한 현지 구단이 해당 선수와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다. LA 다저스는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2573만 달러의 포스팅비를 써서 협상권을 얻었고, 피츠버그는 약 500만 달러를 지불해 강정호와의 교섭권을 얻었다. 박병호도 올겨울 이 제도를 통해 ML 진출을 노릴 예정이다.

넥센 박병호 ⓒ 연합뉴스

현지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복수의 구단이 박병호 영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구단은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다. 지난 6월 미국 피츠버그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대부분 박병호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강정호 영입을 지시했던 닐 헌팅턴 단장은 “스카우트를 한국으로 보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팀의 부족한 포지션에 맞는 선수인지, 전력 변화에 따른 필요성 등을 다각도로 감안해 영입할 만한 선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ML에 진출할 만한 선수는 박병호뿐이다. 헌팅턴 단장이 박병호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의 존재를 인지하며 영입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현지 언론 및 기자들도 박병호를 알고 있다. MLB닷컴의 피츠버그 전담 기자 애덤 베리는 “박병호가 누군지 알고 있다. 강정호 대신 4번 타자 역할을 수행했고, 올 시즌을 마치고 ML 진출을 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박병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병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강정호는 “ML에서 성공하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 달렸다. 시즌 초반엔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박)병호 형이 ML에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작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도 현지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공식적으로 미국 진출 의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을 마친 후 ML에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넥센 구단은 ‘박병호 ML 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넥센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당시 넥센 내부 분위기와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 선수. ⓒ AP연합

박병호 영입에 포스팅비 1천만 달러 가능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쯤 강정호의 포스팅비를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현지에서 아시아 출신 야수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투수는 모르겠지만 야수라면 그리 큰 금액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직접 미국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지휘했기 때문에 현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미국통’ 염 감독조차 강정호의 포스팅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넥센은 강정호와 내부 회의를 진행해 해외 진출에 대한 포스팅비 마지노선을 긋기로 했다. 바로 500만 달러였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강정호가 헐값에 미국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구단과 선수 측이 공감대를 이뤘다. 사실 내부에서는 강정호가 이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넥센은 강정호의 해외 진출 때처럼 박병호와 포스팅비 마지노선을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ML이 국내 프로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진 만큼, 마지노선의 범위도 강정호 때와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 야구장을 찾는 스카우트는 동북아 지역을 살피는 지역 스카우트들이다. 각 스카우트가 시기별로 보고서를 작성해 구단 고위층에 보고를 올리면, 고위층은 검토 과정을 거쳐 스카우트 팀장 수준의 결정권자를 파견한다. 결정권자의 판단에 따라 각 구단은 포스팅비 수준을 설정하고,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목동구장을 찾는 지역 스카우트 중 한 명은 “박병호의 몸값은 구단 고위층의 결정에 따른다”면서도 “박병호는 강정호 수준(500만 달러)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팅비 1000만 달러까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병호가 강정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은 비단 그의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정호의 후광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정호가 데뷔 첫해 신인왕 수준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한국 프로야구 수준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고, 박병호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선수들은 스즈키 이치로의 성공 이후 포스팅비가 급증하기도 했다. 이치로는 지난 2000년 131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기록하며 미국 땅을 밟았는데, 이듬해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다. 이후 이시이 가즈히사(LA 다저스·1126만 달러),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3년 2100만 달러) 등 많은 일본 선수가 높은 포스팅 비용, 고연봉을 받고 ML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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