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태풍의 눈, 롯데쇼핑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08.13 08:5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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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은 장기작업 예상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롯데쇼핑을 둘러싼 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11일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올해말까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80% 이상 해소하기로 밝힌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과 지분구조 정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롯데쇼핑의 지위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 롯데 순환출자의 핵심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의 주요 주주는 신동빈, 신동주, 호텔롯데, 한국후지필름, 롯데제과 등이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건설, 롯데정보통신 등도 5% 미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한국후지필름,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부산롯데호텔 등 6개 회사와 지분구조를 정리하면 순환출자가 대폭 줄어든다. 롯데쇼핑과 이들 회사들을 경유하는 순환출조 구조는 383개로 전체 416개 순환출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즉 ‘순환출자 고리의 80% 이상 해소’가 가능하다.

반면 롯데하이마트와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카드 등을 자회사로 지배하게 된다. 롯데쇼핑은 이 회사들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롯데상사, 롯데역사 등의 지분율도 20%가 넘는다.

출처 : 금감원 전자공시

◇호텔롯데 상장, 장기 작업 예상…최대 주주 공개 부담

롯데의 지배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은 순환출자 해소보다 복잡하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그룹 지배구조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상수(常數)보다 변수(變數)가 많다. 확실한 점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이 급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사실이다.

호텔롯데는 국내 롯데그룹 계열 회사 중에서 지주회사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하기에는 재무 외적인 요소가 있다. 일본 주주의 동의다.

호텔롯데는 일본계 주주 비율이 99%에 달한다. 롯데홀딩스가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지만, L투자회사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72.65%나 된다. 이대로 지주회사 체제 개편 없이 상장한다면 주요 주주의 면면을 계속해서 공시해야 한다.

기존 지분관계를 그대로 두고 호텔롯데를 사실상 국내 지주회사로 두려면 일본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롯데쇼핑 등 기존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을 호텔롯데 주식으로 인수하고 향후 호텔롯데 상장시 구주매출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출처 : 금감원 전자공시

◇지주회사 구조, 일본 기업 이미지 축소가 관건

신회장이 지주회사 구조를 짜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언급한 7조원은 시장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투자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13조~20조원으로 보고 있다.

보수적으로 추정할 경우 호텔롯데의 영업가치는 8조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 동종업체 14개사 중 여행사와 레저 업체를 제외한 평균 주가수익비율 44를 대입한 수치다. 보유중인 타회사 지분 가치는 4조8000원 정도며 기타자산가치를 포함하면 13조원을 넘는다.

호텔롯데의 가치를 조금 더 낙관적으로 산정하면, 영업가치만 10조원 수준이다. 보유중인 타회사 지분 가치의 할인율을 줄이고 프리미엄을 반영할 경우 가치는 3조원 가량이다. 여기에 보유중인 부동산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반영할 경우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20조원에 육박한다.

상장시 구주매출이나 신주발행 비율을 조정하면 기존 주주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신 회장이 언급한 7조원 가량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 지분을 하나로 묶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낮다.

롯데 측에서는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 외에 다른 그룹 계열사를 함께 상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본 내 지주회사가 국내 지배구조 최상단의 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신격호 명예회장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의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은 시나리오다.

국내 롯데 그룹 계열사들이 일본 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고 일본 지주회사는 다시 한국에 설립된 회사의 지배를 받는 구조도 떠오르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한국과 일본을 왕복하면서 국적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무리하게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겠으나 어떤 형식으로든 일본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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