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일 만에 귀환한 회장님, 쌓인 숙제가 많다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08.19 16:23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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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특별사면·복권…‘통 큰’ 투자에 관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8월10일 최 회장을 사면심사안에 포함시킨 데 이어,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한 결과다. 이로써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회사 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2년 7개월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재벌 총수 중 가장 오랜 수감생활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받은 총수다. 비리로 수감된 재벌 총수들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생활을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비리 기업인 ‘불관용 원칙’ 입장을 지켜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과 3·1절, 광복절, 성탄절 등에 정치인 및 기업인 등에 대한 특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강경 모드’가 해제된 건 지난해 10월 전후다.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 자금이 풀려야 경기 활성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청와대 내부의 기류가 기업인 사면 논의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박 대통령 측근들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월13일 특별사면을 받아 구속 2년 7개월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당시 최 회장은 가장 유력한 사면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별다른 물의 없이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조현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기업인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최 회장의 가석방이 논의됐지만 이마저도 좌절됐다. 이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현 국무총리)의 의중 때문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황 장관은 기업인 가석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완화된 요건에 맞춰 기업인들을 가석방할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죄수들에 대한 가석방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형기를 80% 이상 채우지 않은 기업인을 가석방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렵다”고 밝혀 논의에 마침표가 찍혔다.

수감생활이 지속되면서 최 회장은 심신이 극도로 지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여론을 고려해 외부에 알리진 않았지만 최 회장은 수개월 전부터 측근들에게 다리와 눈의 통증을 호소해왔다”고 설명했다. SK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제동이 걸렸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오던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개발 사업 투자도 중단됐다.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도 뒷걸음쳤다. 특히 주력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창사 37년 만에 첫 대규모 적자(당기순손실 5317억원)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복귀하면서 SK그룹엔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별복권을 함께 받아 기대감은 더욱 크다. 현행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은 일정 기간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최 회장은 특별복권으로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당분간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회장은 향후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는 대신 대규모 투자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SK그룹 내 굵직한 사업들이 탄력을 받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고배를 마셔온 M&A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 회장 구속 이후 동부발전당진·동부하이텍·KT렌탈·ADT캡스·STX에너지·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 인수전에서 모두 패배했다.

계열사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투자 확대 대상으로는 SK하이닉스가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을 통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중단돼온 신성장 동력 발굴과 글로벌 현장 경영도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 회장이 사면에 대한 보답으로 내놓을 사회공헌 방안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에 따라 2016년부터 2년간 4000명의 채용을 지원하고 2만명에 대해서는 창업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여기에 추가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앞서 최 회장 사면이 이뤄질 경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골자로 한 경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의 출소에 SK그룹은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최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벌어진 이른바 ‘사자방’ 비리에 모두 연루돼 있다. SK건설은 4대강 사업 담합, SKC&C는 방산 비리, SK이노베이션은 자원외교 비리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들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최 회장의 연관성이 포착될 경우 막대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 로비 의혹 등 부담

특히 문제의 소지가 큰 건 SK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MB 정부 당시 성공불융자 제도를 통해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후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일부 융자금을 감면하고, 성공하면 원리금과 특별 부담금을 징수하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은 2000년 브라질 유전광구를 매입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를 지원받았고, 2010년 광구 지분을 매각해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1300억원대의 융자금을 감면받았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고위 관계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로비를 받고 불법적으로 1300억원대의 상환액을 깎아줬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 결과 비리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회장이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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