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들이 모여 공부하자, 얘기하자”
  • 김회권 기자·정리 박상희 인턴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8.19 16:3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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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윤일상이 말하는 음원 저작권 문제의 해법

인터뷰를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학습’이었다. “일단 모여서 함께 알아야 한다.” 알아야 할 것은 저작권과 관련한 현안이다. “현안에 관해 똑바로 알고 투명한 징수와 정확한 분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곡가 윤일상씨의 강조점이다.

음원 관련 저작권 수입에서 최상위 레벨에 속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그다. 70여 명이 모인 63빌딩 기자회견장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주제·배경·시그널 음악(주배시)과 관련한 분배가 관건이었던 그날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조금 다른 포지션을 취했다. 윤씨는 이날 음원 가격의 문제, 정부가 매기는 음악의 가치에 대한 문제를 건드렸다.

당시 기자회견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측 뮤지션들이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는 음저협과 날 선 대립을 한 전력이 있다. 저작권 신탁 문제를 두고 음저협을 탈퇴해 홀로 싸운 적도 있다. 당시 저작권 공부를 많이 했단다. “그때 손해 좀 많이 봤다”며 웃는 그에게 이번 사태에 관한 물음을 던져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회견에는 왜 참가했나.

올바른 시스템 속에서 정확한 저작권료 징수를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게 그동안 없지 않았다. 우리가 잠시 손해 보더라도 시스템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저작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모임(기자회견)이 그 시발점이 됐으면 했다. 지속적으로 음악인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쪽 사람들은 모이는 거 자체가 힘들다.

음저협과 과거에는 싸우기도 했다.

협회 탈퇴 후 다시 들어온 건 외부에서 싸우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내부에서 좀 더 많이 알고 싸우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온라인으로 말하는 것보다 적극적 방식으로 해가는 게 좋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이 사안에 대해 70여 명의 이해도가 각각 다르지 않았을까.

그날 목소리 냈던 분들이 모두 한목소리라 하긴 힘들다. 나 역시 시각이 조금 다르다. ‘주배시’도 인정해야 한다. 그게 10초든, 3분이 됐든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름 공은 들어가니까. 내가 계속 주장하는 건 뮤지션의 의견이 반영된 공청회 같은 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목소리 내는 게 중요하니까. 사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목소리 모으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단 너무 모르고, 관심을 보이기에는 생활이 힘들다. 빨리 뮤지션들이 만나서 많은 부분에서 상식적 라인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말인가.

뮤지션들이 당장 내 앞의 것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좀 더 형이상학적인 것에 신경 써서 시스템을 바꿔야 후배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최소 생계비는 받으며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깝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음원 시장 자체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는 말 같다.

외국에선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웃는다.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져도 이럴 일이 없다. 내 취지도 투명한 징수 체계를 만들어나가자다. 지금 기자회견이 하나의 씨앗이라면 저작권의 전반적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게 목적이다. 나아가 부당한 음원 징수 체계나 한국 음악을 인스턴트화하는 실시간 차트 문제도 지적하고.

그러려면 뮤지션들의 공감대가 필수인데.

뮤지션끼리 음악을 제작하는 데 생각하는 방식이나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고 그것을 대중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 명제에 공감한다면 1차적으로 뮤지션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배경음악 저작권 문제는 큰 이슈였고 이것을 위해 모였다는 점은 박수치고 싶다. 이번을 기회로 자주 보자, 우리끼리 그런 말을 했다. 자주 봐서 몰랐던 것을 배우고 몰랐던 저쪽 얘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음저협과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의 갈등을 두고 ‘가난한 자들끼리의 다툼’이라는 평가도 있다.

단편적으로는 맞다. 그래서 가난한 자들끼리의 싸움이 되지 않기 위해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가난해졌을까.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 실제로 많은 뮤지션이 영세하다. 노력한 이들에게 능동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룰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물음표만 남게 된다. 미래 뮤지션들의 앞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진통의 시기가 올 수밖에 없는데.

거시적으로 봤을 때 음원 분배부터 시작해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게 됐을 때 지금보다 받는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상관없다. 후배들이 정당한 대가를 취득할 수 있다면 그런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진통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은 반드시 있어야 하니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저협이든 함저협이든 정확한 징수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은 하는 것 같다.

일본이나 미국의 방식을 사와도 된다. 그대로 차용해도 상관없는데 그것조차도 음악인들이 얘기할 자리가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뮤지션끼리도 없고, 업체와 뮤지션 사이에도 없다. 예를 들어 업체는 저작권자를 빼고 음악감독하고만 얘기하면 된다. 이건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사실 가수들이 가져가는 비율도 굉장히 적다. 이런 실연권자들의 이야기로 확대하고 싶어서 이번 기자회견 때도 가수들의 참석을 요청했는데 많이 안 했더라. 내 일이 아닌 것 같고, 그렇게 피하다 보면 이런 게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번 기자회견을 밥그릇 싸움이라는, 단순한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뮤지션들이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모를 수는 있다. 그런데 몰라서 한 행동들이 대중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필요 이상으로 음저협이든 함저협이든 옹호한다거나 반감을 갖는 식의 극단적 성향으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론몰이로 너무 한쪽으로 가버리니까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반감도 있다.

당황스러웠다. 옳은 것, 그릇된 것, 준비가 제대로 안된 것, 다 인정해야 한다.

대중이 이해하기에 저작권 문제는 꽤 복잡해 보인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딱딱해 보일지 모른다. 내 차를 주차해놨는데 누가 끌고 갔다. 저작권 침해란 건 그거랑 비슷한 것이다. 직접적 소유의 개념인데 이런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목소리를 냈을 때 우리가 아무리 옳은 얘기를 해도 대중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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