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죽이는 어설픈 금융당국 통계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08.21 10:31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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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은 지난 20일 금리 인하 요구권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돈을 빌린 사람의 신용 상태가 개선된 경우 돈을 빌린 곳에 대출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는 급여 인상, 승진, 우수고객 선정 등이다. 금융회사는 대출금리 인하요구권을 내규에 반영하되 금리인하 인정 사유, 적용 대상 등 세부 사항은 자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리 인하 요구권 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은행에 비해 제2금융권이 부진하다고 20일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금리 인하 요구권이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나 제2금융권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금리 인하 실적이 은행에 비해 떨어지고 고객에 설명과 안내가 부족하다보니 이런 평가가 나온 듯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상품설명서와 홈페이지 안내 비율은 제2금융권의 경우 각각 16.9%, 27.9%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은 100%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실적을 보면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은행 금리 인하 건수와 대상 대출잔액(규모)는 각각 14만7916건, 68조5182억원이다.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 건수와 대상 대출잔액은 각각 12만5588건, 16조5322억원이다. 대출잔액은 은행이 4배 정도 더 많다.

이 수치만 놓고 봤을 땐 제2금융권이 은행에 비해 금리 인하에 소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출 주체를 함께 볼 경우 금감원의 평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금리 인하 적용 주체는 은행의 경우 가계와 기업이 절반씩을 차지했다. 반면 제2금융권의 경우 가계 대출이 96.2%다.

기업 대출 규모는 가계에 비해 절대적으로 크다. 기업은 은행의 주고객이다. 따라서 은행 여신액은 제2금융권에 비해 월등하다. 금융 통계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 총여신액은 210조5780억원 수준이다. 제2금융권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에스비아이(SBI)저축은행은 3조원으로 70배 차이가 난다.

은행의 금리인하 건수와 대출잔액은 가계와 기업을 구분해 제2금융권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객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은 신용 개선이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은 대체로 은행 고객에 비해 신용 등급이 낮다. 낮은 신용을 개선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제2금융권 건수가 낮을 가능성도 있다.

제2금융권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과장 대출 광고 등으로 금융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본래 기능보다 고금리 대부업체 인식이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자료는 자칫 제2금융권이 고객에게 금리 인하를 의도적으로 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까지 더할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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