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경제, 산업 구조개혁 절실
  • 이철현 편집국장 (lee@sisabiz.com)
  • 승인 2015.08.21 13:0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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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고통 감내할 용기 필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졌다. 내수와 수출 모두 악화일로다. 내수를 진작할 정책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엔 악재만 쌓여간다. 위기 타개에 필요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에만 7조4000억원 늘었다. 월 증가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18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01조9000억원이다. 이 탓에 금리를 더 낮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청년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엔 9.5%를 기록했다. 7월 기준으론 사상 최고치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내수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5%에 불과하다. 지난 3년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1분기 가계소비성향은 72.3%로 2000년대 들어 최저치다.

수출은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저유가로 수입총액이 줄면서 수출 감소액을 만회했다. 경상수지가 불어나다 보니 원화 가치는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으나 엔, 위안 등 주변국이나 신흥국 통화보다 상승폭이 적다. 즉 원화 가치가 경쟁국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 와중에 대외 환경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크게 낮추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달러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 세계 신흥국은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이 탓에 국내 주요 기업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엔저에 힘입어 조선, 가전,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위협하거나 앞질렀다.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기술 산업에선 중국 기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옴싹달싹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니 주요 기업 실적이 좋을리 없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 7분기 연속 하락세다.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시장점유율 18.8%를 차지해 압도적 1위였다. 지난 1분기엔 9.6%를 기록해 애플, 화웨이, 레노바에 이어 4위까지 밀려났다.   

현대차 순이익은 6분기 연속 하락세다. 현대차는 상반기 중국에서 49만800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줄었다. 국내 조선업은 국내 조선 3사는 2분기에만 영업손실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조선, 정유, 화학, 철강 업체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노무라증권 투자전략가 마이클 나 씨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한국에 밀렸듯이 이젠 한국이 중국에 밀려나고 있다”며 “이 형세를 바꾸려면 가격(경쟁력)보다 품질이나 혁신 측면에서 경쟁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이 침체에 빠지고 있으니 한국도 경기 악화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탓이다.  

국내외 전문가는 한국이 산업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개혁을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망할 기업을 지원해 좀비로 만들고 있다. 부도나 파산이 늘면 경기가 위축되고 경제성장 기조를 해칠까 걱정하는 탓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3295개다. 전체 기업의 15.2%나 된다. 지난 3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부실채권이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3월말 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1.56%였다. 부실채권은 조선과 건설 업종에 몰려있다. 조선과 건설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5.45%와 5.28%였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달 ‘좀비 기업 증가는 한국 은행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소다. 대규모 여신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산업에 몰려있다. 이는 자산 건전성에 심각하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여신의 12% 이상이 조선, 건설, 철강, 해운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업종에 몰려있다.

산업 구조개혁 없이 한국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늘 그렇듯이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에겐 지금 고통을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단행해야한다고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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