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상임위엔 ‘쉬파리’가 들끓는다
  • 김윤태 고려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08.24 14:38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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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많은 국토위·예결위·정무위 등 지원자 몰려

최근 정치인 부패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입법 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치 부패의 창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을 위한 입법부가 뇌물을 주고받는 ‘범죄 현장’이 되었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최근 입법 로비 사건이 발생한 국토교통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알짜’ 상임위로 통한다. 이외에도 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가 있다.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는 예결위, 산하 기관이 많은 정무위, 기업을 다루는 산업위는 경쟁이 치열하다. 바로 돈과 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8월19일 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부패와 구속의 길이 돼버린 국토교통위

박기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 5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박기춘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박기춘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집중적인 금품 로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시기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조현룡 의원(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새누리당)이 ‘철(鐵)피아’ 비리로 수사를 받던 시기였다. 그야말로 국토교통위는 부패와 구속의 길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 부패는 뿌리가 깊다. 정권마다 ‘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모두 부패로 망했다.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가 재벌을 육성하면서 정경유착과 금권정치가 본격화됐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아 사법부의 심판을 받았다. 김영삼 정부는 한보 비리에 이어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된 김현철 게이트로 휘청댔고,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의 세 아들이 유죄 확정을 받아 추락했다. 노무현 정부는 안희정·이광재 등 최측근이 불법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치명상을 입었다. 이명박 정부는 친형 이상득을 비롯한 최측근이 연루된 부패사건으로 무너졌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성완종 리스트’라는 저주에 빠져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검찰에 소환되었다. 권력 실세 8명이 리스트에 오르면서 대선 자금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권력형 비리는 한국 정치의 수렁처럼 보인다.

부패를 가리키는 라틴어 어원인 ‘코룹투스’는 ‘부러뜨린다’는 의미다. 이는 부패가 신뢰를 부러뜨리는 동시에 사회를 파괴한다는 의미다. 특히 공익을 수호해야 하는 정치인의 부패는 국회에 대한 신뢰를 더욱 추락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인의 탐욕이 부패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윤리성과 도덕성 부족과 공인으로서 책임감 부재가 부패의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치인의 부패는 개인의 도덕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미국 경제학자 앤 크루거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고 있지 않으며, 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가지고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효율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패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과 정치인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가 부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정부의 규제를 없애는 동시에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부패는 정부의 실패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 시장경제가 발전한 미국에서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기업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재벌의 횡령·배임 등 위법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정치권 부패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매우 비판적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2014년 한국의 부패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75개국 가운데 43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한국의 응답자 대다수는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의 부패가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덴마크가 1위를 기록했고,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스웨덴, 공직자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확인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부패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공직자의 청렴도가 매우 높은 스웨덴에서는 18세기에 세계 최초로 모든 공문서를 공개하는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모든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권과 정보 자유권을 인정한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신용카드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스웨덴 사민당 정부의 부총리였던 모나 살린은 슈퍼마켓에서 토블론 초콜릿과 생필품을 사는 데 법인카드로 2000크로나(약 34만원)를 사용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물러나야 했다. ‘토블론 스캔들’이 대중에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정보공개제도 때문이다.

다른 한편,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감독 기구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 홍콩의 독립반부패위원회(ICAC)와 같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강력한 반부패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부정 축재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는 싱가포르의 부정축재재산몰수법과 같은 강력한 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반부패위원회’ 제안이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으로 정치 부패의 사후 처벌과 함께 사전 예방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의 부패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정치자금법을 현실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2004년 발효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돈 안 드는 선거’를 정착시켰지만, 불법 정치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정당정치를 위축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 후원을 촉진하는 법률 개정에 앞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정치자금 공개제도는 선거비용 정보를 선거 30일 후에 공개할 수 있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기간도 3개월에 불과하다. 정치자금 사용 내역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지만 유권자들이 상세한 내역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정치 후원을 인정해도 정치자금 기여자·액수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없다면 국회의 신뢰는 없고, 민주주의는 계속 약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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