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기업, 고흡수성합성수지(SAP)로 활로 모색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08.24 17:33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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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투자 확대’, 한화케미칼 ‘시험 생산’
SAP 테스트를 하고 있는 연구원 /사진=LG화학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SAP(Super Absorbent Polymer·고흡수성합성수지)로 활로를 찾고 있다. 유가 하락, 수급불균형 등 외부 변수 탓에 영업 활동이 불안정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와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위한 포석이다.

LG화학은 아크릴과 SAP 생산 라인을 증설했고 한화케미칼은 SAP 사업 진출을 저울질 중이다.

SAP은 수분흡수력이 높은 합성수지로 유아와 성인용 기저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LG화학은 2분기에 호성적을 거뒀다.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에틸렌,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틸렌),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등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  무엇보다 저유가로 제품-원료 스프레드(가격 차)가 커졌다. 원료를 싸게 사서 제품을 비싸게 팔았다. 이로 인해 2분기 영업이익이 56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6.7% 상승했다.

한화케미칼도 저유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었다. 2분기 매출은 2조87억원, 영업이익은 937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4%, 영업이익은 265.5% 증가 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마냥 기쁘지 않다. 영업이익 증대는 유가, 수급불균형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2분기 실적은 에틸렌 수급 불균형에 따른 반사이익 등 외부 요인도 반영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저유가 기조와 중국 공장 정기 점검으로 인한 수요 불균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 평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이에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SAP에서 답을 찾고 있다.

SAP는 1그램 가루로 500g물을 흡수할 수 있어 그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저귀뿐만 아니라 보냉 및 보온용 팩, 폐기물 응고제, 식품용 육즙 흡수패드 등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하면서 유아 기저귀 수요가 많아졌다. 또 고령화 추세로 성인용 기저귀 생산량도 늘고 있다. 인도 역시 모디 총리의 경제성장 정책과 함께 SAP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치킨게임 중이다.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 에틸렌은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업체들로 과잉 공급된 상태다. 반면 SAP는 원료인 아크릴산 촉매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공급자가 적다. 아크릴산 시장은 LG화학을 비롯해 독일 바스프(BASF), 미국 다우(Dow), 일본 NSCL, 미쓰비시(Mitsubishi) 등 일부 메이저 기업만이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SAP 성장세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렸다. 19일 LG화학은 여수공장에 아크릴산 16만톤과 SAP 8만톤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을 마치고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LG화학은 아크릴산 51만톤, SAP 36만톤 일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SAP 36만톤은 유아용 기저귀 360억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증설로 아크릴산 생산능력이 51만톤, SAP 생산능력이 36만톤으로 확대됐다. 이는 각각 세계 5위와 세계 4위에 해당한다. LG화학은 연간 3000억원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LG화학은 현재 약 1조 1000억원 수준인 아크릴과 SAP 사업 규모를 2020년 1조 7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SAP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중앙연구소를 통해 SAP를 시험 생산했다. 하지만 아크릴산을 만드는 기술이 없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SAP 시장에 매력을 느끼나 투자비용으로 장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SAP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 공정이 필요하고 거액의 투자자금이 요구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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