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부실투자로 날렸다?
  • 류혜진 기자 (ryoo@sisabiz.com)
  • 승인 2015.08.27 15:36
  • 호수 13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중국 증시 폭락 전 기관 해외투자 역대 최고치 지적
출처-한국은행

자산운용사나 보험사의 해외 투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기 직전 많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손실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6월말 기관투자가 외화증권투자 잔액이 1153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연말에 비해 173.6억 달러, 20013년 말에 비해선 408.6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기관들의 투자 규모는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잔액이 최고조에 달했던 금융위기 직전(2007년 말) 1165억 달러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외화증권투자 자금은 주로 자산운용사나 보험사가 들고 나갔다. 이들의 투자액은 각각 497.9억 달러와 494.4억 달러나 되었다.  은행(82억 달러)이나 증권사(78.9억 달러)의 투자 규모를 훨씬 초월한다. 2분기에만도 96.1억 달러의 투자금이 나갔는데 보험사와 운용사를 중심으로 외국 채권이나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은행은 이 수치는 일반 대외투자 내역과 달리 보험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고유재산을 외화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국제투자대조표에 나오는 외화투자 규모의 40%가량이라고 소개했다.

정선영 한국은행 자본이동 분석팀 과장은 "기관투자가들이 궁금해하는 자금이동이라 (이 통계를) 따로 집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실물이 아닌 금융상품에 들어갔다.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들어온 막대한 양의 외화가 국내 경기를 살리는데 투자되지 않고 중국이나 선진국 증시로 빠져나간 것이다. 한은은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523.9억 달러 흑자였으나 금융계정에선 541.6억 달러 유출 초과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한국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정도로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비슷한 형태의 자금흐름이 과거 외환위기 때도 나타났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정선영 한은 과장은 "3년 전부터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과잉유동성은 다시 나갈 수밖에 없다. 외화증권투자의 증가 방향도 유사했다. 금리 불변을 가정해도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며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융투자 형태로 되나간 자금의 상당부분이 중국 증시 대폭락과 함께  증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투자 손실이 더 커질 경우 자금시장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비은행 부문의 자산 운용이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되면서 외화자금시장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해외투자자금 중 주식은 404.2억달러, 채권은 436.3억 달러였고 코리안 페이퍼도 312.6억달러나 됐다. 투자 능력이 부족해 외국 실물자산이나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못하고 한국 정부나 대기업이 발행한 외화증권을 되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