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프랜차이즈 젠트리피케이션에 내쫓기는 임차상인들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8.27 15:11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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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 2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김명은 기자

#정모씨는 2008년부터 서울 관악구 시흥대로변 건물에서 여성의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정씨는 2013년 재계약 과정에서 건물주 요구대로 월세를 10% 올려줬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퇴거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건물주 아들이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와 동업하기로 했으니 상가를 비워달라는 요구다. 정씨는 건물주와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같은 건물 1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2명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상가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법)이 시행된지 100일 지났지만 상가건물 임차상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들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을 만들고 건물주들이 개정법의 허점을 이용해 권리금 회수 기회 없이 기존 임차인들을 내쫓는 사례들을 알리고 있다. 맘상모는 쫓겨나는 임차상인들의 모임으로 2013년 5월 결성됐다. 카페 회원이 1500여명에 이른다.  

지난 5월 13일 시행된 개정 상가법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권리금 수수를 방해할 수 없도록 했다.

임대인이 계약종료 3개월 이전에 갖가지 방법으로 임차 상인간 권리양도양수를 방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망상모 관계자는 “임차상인이 이민, 건강상 문제 등 피치못할 사정으로 계약종료 3개월 이전에 가게를 정리하려 할 때 임대인이 거부하면 권리금을 회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개정법 시행 전 계약이 종료된 임차 상인들은 개정 상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기획 부동산 업체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대표 사례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한 지역에 가게들이 유입되고 그 과정에서 임대료가 올라 상권을 일군 임차 상인이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시흥대로변에 위치한 가게 3곳은 모두 임대차계약 최소 보장 기간인 5년을 넘긴 상태다. 상가법이 개정될 당시 이미 계약 기간을 초과해 권리금 회수기회를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획 부동산 업체가 건물주에게 가게 3곳을 명도하고 카페 입점을 제안했다고 임차 상인들은 주장했다. 또 탐앤탐스가 권리금 없이 들어오기로 이미 계약하고 건물주가 명도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초구 방배2동 이수역 인근 가게와 동작구 상도로 숭실대 앞 가게도 개정 상가법 시행 전 계약 만기로 인해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자리엔 아모레퍼시픽과 스타벅스 직영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해당 점포에 권리금 없이 임대료를 기존보다 2~3배 많이 지불하는 조건으로 입점한다.

명도소송 중인 한 임차상인은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건물주에게 권리금은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더니 '그걸 왜 나에게 얘기하냐'고 되묻더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기획부동산이 건물주를 부추겨 기존 임차상인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월세를 비싸게 내는 대기업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기획부동산이 법률적 지원과 명도소송까지 대신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상가법이 권리금을 임차상인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지만 예외 규정이 많아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당한 사유와 관련한 법 해석 문제를 둘러싼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법 시행 직후 새누리당이 보완책 마련에 들어갈 정도로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의 경우와 대형 마트, 백화점, 일부 대형 시장 등에서 권리금 보호 규정을 예외로 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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