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섬유 키우는 국내 화섬업체, 갈 길 멀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08.28 13:28
  • 호수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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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기업,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중저가 틈새시장 공략해야

국내 화학섬유 업계가 슈퍼섬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 기업이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탓이다. 이제 걸음마를 뗀 국내 화학 섬유 업계에겐 큰 도전이다.

슈퍼섬유란 고강도·고탄성 특성을 지닌 섬유로 아라미드섬유·탄소섬유가 대표적이다. 가볍고 강해 다양한 산업에서 철, 플라스틱 등 기존 소재를 대체하고 있다.   

아라미드섬유는 강철보다 5배 강하다. 섭씨 400℃ 고온에서도 쉽게 녹지 않는다. 아라미드는 소방복과 방탄복, 독성물질을 걸러내는 산업용필터,  콘크리트 보강재 같은 건축자재,  자동차 에어백, 우주항공분야 등에 활용한다.

탄소섬유는 철의 ¼ 무게이나 철보다 10배 강하고 탄성률이 7배 높다. 가벼우면서도 강하다 보니 낚싯대와 골프채에서부터 자동차 차체, 항공기 동체, 로봇산업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 휴비스가 아라미드섬유를 생산한다. 탄소섬유는 효성과 태광산업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4월 미국 화학업체 듀폰(Dupont)과 6년간 아라미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끝마치고 영업을 개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작년까지 적자를 봤던 아라미드 사업이 6월 흑자를 달성했다. 경북 구미공장 가동률은 95%까지 올라갔다.  

효성은 2000년대 초 연구를 시작해 2011년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5월부터는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화학섬유 기업들이 슈퍼섬유 시장에 진입했지만 미국·일본·유럽 기업과 기술 격차는 아직 크다.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이 세계 탄소섬유 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3%에 불과하다. 아라미드섬유 시장은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Teijin)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선두 업체들은  기 보유 기술력로 더 나은 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 화학업체 토요보(Toyobo)는 자일론을 개발해 상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소재는 아라미드 섬유보다 탄성률과 인장강도가 2배나 높다.

국내 기업은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는 공정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원료 투입 대비 제품 생산량이 적다.      

까다로운 공정 탓에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는 다른 소재보다 비씨다. 자동차 판재로 쓰이는 고장력 철강 AHSS(Advanced High Tensile Strength Steel)는 kg당 1.44달러지만 탄소섬유를 이용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은 17.6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우주항공 소재 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 분야는 안전과 직결되므로 수요 업계가 소재 선정에 보수적이다.           

지금은 중저가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슈퍼섬유 기술력을 갖고 있어 국내 기업이 따라잡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틈새를 노려 중저가 시장부터 진출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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