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제보 포상금까지 줘놓고 세금 포탈 아니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9.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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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현대제철에 세금 추징…검찰 수사 나서

현대제철이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현대제철이 매출을 축소해 세금을 포탈했다는 진정이 지난 7월 중순 접수돼 8월 초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진정인이 이미 국세청에 탈세 제보를 하면서 세금을 추징한 사안인데, 국세청이 해당 사안에 대해 조세 포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자 진정인이 이에 반발해 다시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제공

이번 사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조세 포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낸 사안에 대해 검찰이 포탈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국세청 측은 “현대제철 영업소가 특정 대리점에 저가로 제품을 내주는 부당 지원을 해 세법상 비용 초과로 봐서 추가 세금을 추징하고 관련 포상금을 진정인에게 지급했지만 탈루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에서는 미납 세금만 추징하면 되지만 특정 대리점에 저가 납품을 한 이유나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조직적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이 살펴볼 사안”이라며 “국세청에서 진정인에게 탈세 제보 포상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지급했으면서도 탈세나 탈루가 아니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건에 대해 국세청과 검찰에 제보를 한 진정인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세금을 탈루했으며, 국세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봐주기 세무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인은 고의로 세금을 포탈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현대제철과 같은 대형 법인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 포탈에 대한 검찰 고발은 별도의 위원회를 거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해당 건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포탈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사안을 검찰이 (어떤 시각에서) 볼 것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꾸준히 사외이사로 기용하며 세무 관련 업무에 나름으로 신경을 써온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정인이 국세청 조치에 반발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엉뚱한 쪽으로 흘러가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에서는 진정인이 제보한 사안에 대해서만 들여다보지만 검찰로 사건이 넘어오면 여러 가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며 “사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거래를 하다가 끊긴 중소업체 대표가 관련 내용을 국세청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저가로 납품한 것이 아니라 10개 납품하는 업체와 1000개 납품하는 업체의 할인율이 달랐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세청 쪽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모두 납부했고, 공정위와 경찰 쪽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라며 “검찰에서 이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신세계 세무조사 여파 어디까지 


‘유통 공룡’ 롯데·신세계그룹이 국세청 조사선상에 올랐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과 패스트푸드업체 롯데리아에 이어 최근엔 롯데푸드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한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근 벌어진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계열사들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기 세무조사가 통상 4~5년마다 진행되는 반면, 롯데푸드는 지난해 한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세계 역시 그룹 전반으로 세무조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이마트에서 시작된 조사는 전략기획실에 이어 신세계건설로 번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포착한 신세계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된 금융 거래 정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세청은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신세계건설이 국내외 이마트 점포 건설 등 내부 거래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단서를 발견하고 현재 추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양강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여파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다수 유통업체가 두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만큼 유탄이 업계에 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현재 세무조사가 자사로 번질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일부 기업의 임원급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여부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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