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협 1위 아이쿱, 수천억 불법 자금 모집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09.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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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행위로 돈 끌어모아…문제 발생 시 조합원 피해 클 듯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아이쿱)는 1997년 경인 지역에서 활동하던 5개 생활협동조합(생협)과 대전 한밭생협이 합작해 탄생했다. 생협은 소비자들이 조합원이 돼 사업체를 만들고 자신들이 원하는 물품을 생산·유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친환경 농산물·가공식품·생활용품 등을 주로 취급한다.

지난 3년간 조합원에게 2000억 안팎 차입

아이쿱의 시작은 미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명실상한 업계 1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 30곳과 80개 조합, 21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터 시작한 매장 ‘자연드림’은 158곳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업계에선 아이쿱의 급속 성장이 불법 자금 모집을 통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시사저널 취재 결과 아이쿱은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하며 조합원들로터 위법하게 차입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군포시 군포아이밸리에 위치한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 시사저널 임준선

시작은 2000년 경기도 시흥 물류창고 화재 사고였다. 이 일로 창고에 쌓아둔 물품이 전 에 타버렸고, 아이쿱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피해 복구에 필요한 자금 2억5000만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당시 아이쿱 조합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월급을 반납한 직원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돈 2억8600만원으로 아이쿱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아이쿱은 조합원들에게 걷은 돈을 1년 후 5% 이자를 붙여 돌려주기로 했다. 이후 조합원들로터 자금을 모집하는 게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아이쿱 내 관계자에 따르면 신생 협동조합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다. 은행에서 협동조합의 출자금을 자본이 아닌 채로 판단해서다. 조합원이 탈퇴하게 되면 가입할 때 낸 출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협 살림은 대분 가입비 명목의 조합원 출자금과 운영수익으로 꾸려진다. 일반 기업과 달리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아이쿱은 상황이 달랐다. 조합원 차입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국에 물류센터와 시설 장비, 매장 등을 연이어 설립하며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엔 전라남도 구례군 용방면 4만5000평 지에 17개 생산 라인과 물류센터, 다양한 생활·문화시설을 갖춘 구례자연드림파크를 개설하기도 했다. 여기에 충청북도 괴산 칠성면 일대에 조성되는 ‘괴산자연드림파크’ 개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아이쿱이 그동안 모집한 자금의 전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3년간 차입금은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세적인 자금 모집 내역을 보면 2013년 괴산자연드림파크 기금(400억원), 구례자연드림파크 기금(200억원), 수매기금(150억원) 등의 명목으로 750억원, 지난해에는 자연드림파크 기금(155억원), 사업체별 기금(430억원), 수매기금(300억원), 무지개기금(170억원) 등 1055억원의 모집 공고를 냈다.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13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아이쿱은 현재도 홈페이지를 통해 자금 모집을 하고 있다. 모집 금액은 105억원이고, 모집 주체는 아이쿱 및 자회사들이다. 3년 만기에 4.83%의 이자율을 제시했다. 시중은행들의 3년 만기 정기적금 이자율이 2%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수신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특정 다수로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상 무허가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해당 법률은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이나 예금·적금·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유사수신행위를 하기 위해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그 영업에 관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해선 안 된다고도 명시돼 있다. 업계에선 아이쿱이 이 같은 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협법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금전 대차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생협법 제65조(사업의 종류)에서는 자금 모집과 관련된 어떤 항목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업계의 관행’으로 치하기도 어렵다. 시사저널이 주요 생협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차입금을 모집하는 곳은 없었다. 한 생협 관계자는 “과거 자금 마련을 위해 조합원들로터 차입금 모집을 검토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적법성 여를 문의한 적이 있다”며 “당시 금감원에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 불법이라고 밝혀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쿱은 정터 인허가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 유관기관으로터 적법성 여도 검토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적으로 법리적인 검토를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쿱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은 ‘특정 다수’로터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차입 주체가 모두 아이쿱 조합원들이므로 특정 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유사수신행위를 한 A 공제회에 대해 2013년 11월14일 선고한 판례를 보면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A 공제회는 “공제회 회원 가입 자격이 특정 단체 소속으로 제한돼 특정 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는 이를 특정 다수로터 자금을 조달한 행위로 판단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는 “회원 가입 자격이 ‘전국 단위 병원 전공의협의회에 소속된 전공의’로 제한됐지만 회원 모두에게 예탁금을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회원 1만5000명 대분이 피고인들과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금 조달을 계획할 당초터 자금 조달 대상자가 개별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쿱이 내세우는 조합원 차입금의 명분은 그럴듯하다. 금융권을 통해 차입해 이자를 갚는 대신 조합원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누이 좋고 매 좋은’ 방식이다.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만큼 예금자보호법 등 금융 관련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다.

아이쿱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아이쿱은 차입금을 모집하면서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에 하나 피해가 생길 경우 손실을 보전 받기 위해선 조합원들이 채무이행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여기엔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마저도 투자금이 남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쿱의 경영지표엔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아이쿱은 몇 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내 회계자료에 따르면 아이쿱은 지난해 8억760만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2013년에도 11억5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채 비율도 높다. 지난해와 2013년의 채 비율은 각각 330%(채 총계 588억9200만원-자본 총계 179억530만원)와 358%(564억3700만원-157억6800만원)에 달한다.

아이쿱생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조합원들로부터 105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모집하고 있다. ⓒ 아이쿱 홈페이지

사정 당국 제동 걸 경우 자금난 우려

더욱 큰 문제는 아이쿱의 경영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생협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생협 환경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황과 진한 조합원 모집 등이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앞 다퉈 유기농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생협업계 전반의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쿱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식으로 운영하는 정황도 일 포착된다. 아이쿱의 2015년 자금 운영 계획서를 보면 괴산자연드림파크 토목공사와 토지대금, 공방 건립 등에 165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여기에 상환해야 하는 조합원 차입금이 278억원 수준이다. 아이쿱은 사실상 자체적으로 자금 공백을 메울 여력이 족한 상태인 것이다. 이에 따라 154억원 규모의 조합원 차입금과 괴산자연드림파크 지를 담보로 한 은행권 대출 130억원으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식의 자금 운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괴산자연드림파크에 향후 상당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이쿱은 홈페이지를 통해 괴산자연드림파크 개발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2000억원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경영상태가 악화돼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쿱을 믿고 돈을 맡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 당국으로터 인허가를 받지 않은 수신행위는 거래자에게 재산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를 묻지 않고 그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2010년 광주광역시의 한 협동조합에서 유사수신행위가 적발돼 관련자가 형사 처벌된 전례가 있다.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지 않고 고금리를 미끼로 조합원들에게 65억원을 모집한 혐의다.

이처럼 사정 당국이 유사수신행위에 제동을 걸게 되면 아이쿱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태에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생협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이쿱이 차입 중인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연이어 이탈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과거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자 성장의 큰 요인이던 조합원 차입금이 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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