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 와인, 얼마나 맛이 깊을까
  • 유현희│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5.09.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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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노먼·아놀드 파머 등 골프 스타들 와인 비즈니스

백상어 ‘그렉 노먼’,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은 현역 시절 대기록을 달성한 골퍼이자 은퇴 후 성공한 CEO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골프장에서 즐겨 마시는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운동 후 피로를 풀기 위해 골퍼들은 독주보다 저도수 알코올을 선호한다. 골프장에서 소주나 위스키보다 맥주와 와인 소비가 많은 이유다. 와인과 골퍼들의 각별한 인연만큼이나 골퍼들의 와인 사랑도 깊다. 비단 그렉 노먼과 애니카 소렌스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은 2001년 59타를 기록해 여성 골퍼 최초로 60타의 벽을 넘어섰다. 작은 사진은 그의 최저타 기록을 붙여 만든 와인 ‘애니카 59’. ⓒ AP연합

유명 골퍼 이름 딴 와인 잇달아 출시

골퍼들은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한다. 자신의 이름이나 업적에서 와인의 이름을 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홍보에도 효과적이다.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와인들은 대부분 짧은 이름을 지녔다. 외우기 어려운 이름보다 간결한 이름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성향 때문에 개명을 한 와인까지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빌라엠은 한국에서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열 글자에 가까웠던 이름을 세 글자로 바꾼 후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골퍼의 이름을 딴 와인은 긴 이름을 굳이 외우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하다. 골퍼의 이름만 안다면 와인 레스토랑이나 와인숍에서 “그렉 노먼 와인 주세요”라고 간단히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렉 노먼은 호주 출신답게 호주에 그렉 노먼 에스테이트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그렉 노먼 와인 시리즈’를 선보였다. 노먼의 와인에는 자신의 닉네임인 백상어가 레이블을 장식하고 있어 골퍼라면 누구나 그가 와인을 제조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아놀드 파머는 2003년 루나 빈야드와 합작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아놀드 파머 시리즈’를 내놓았다. 그는 직접 와인 블렌딩(포도 품종을 적절한 비율로 섞는 것)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니카 소렌스탐은 자신이 세운 최저타 기록을 와인명에 붙였다. 소렌스탐은 미국 웬트 와이너리와 함께 ‘애니카 59’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소렌스탐은 2001년 미국 애리조나 주 문밸리 컨트리클럽에서 59타를 기록해 여성 골퍼 최초로 60타의 벽을 넘어선 바 있다.

‘자폐아동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 엘스도 부친이 소유한 와이너리 스텔렌보쉬에를 통해 자신의 와인을 출시했다. 스텔렌보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 생산량의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와이너리다. 덕분에 엘스는 남아공 와인의 개척자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남아공은 전통적인 와인 산지인 프랑스·이탈리아 등 구세계는 물론 칠레·미국 등 신세계 와인 가운데서도 입지가 약했지만, 엘스의 지원으로 2010년에는 한국 내 수입량에서 뉴질랜드를 제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와인도 골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와인이다. ‘18홀에 65타를 친다’고 해서 유명세를 얻은 1865는 국내에 출시된 지 11년 만인 지난해 누적 판매량 300만병을 돌파했다. 이 와인의 공식 수입원인 금양인터내셔널은 1865의 골프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얼짱 골퍼 최나연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골프 인기를 몰고 왔던 박세리 역시 한국인 출신이 운영하는 와이너리 루 뒤몽에서 생산한 프랑스 와인 온다도로가 후원한 바 있다.

‘18홀에 65타를 친다’ 해서 이름도 1865

골프와 와인 이야기에서 1865 못지않게 자주 회자되는 와인 중 하나가 ‘페폴리’다. 페폴리는 골프장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와인이다. 페폴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페블비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와인으로, 실제로 페블비치 내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와인이다. 페폴리는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그레임 맥도웰, 어니 엘스, 필 미켈슨, 그레고리 아브레 등 유명 골퍼들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 유명하다.

골퍼가 아닌 골프용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캘러웨이도 와인 사업을 하고 있다. “필드에 우즈가 있다면 필드 밖에 캘러웨이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말해주듯 엘리 캘러웨이는 골프산업의 우즈와 같은 존재다. 엘리 캘러웨이는 현재 브랜드 이름을 딴 캘러웨이 와인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으며 품종별로 카베르네 소비뇽, 멜로, 소비뇽 블랑, 샤도네이 등이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롯데주류의 ‘베린저’도 골프와 인연이 깊다. 베린저는 지난해 국내 유일의 LPGA 정규 투어 대회인 ‘2014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공식 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 레벨이 있다: 골프도 초보부터 프로까지 스코어에 따른 레벨이 있고 와인도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레벨이 있다.

► 끊임없는 학습은 기본: 골프는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좀처럼 타수를 줄이기 어렵다. 와인도 각 지역별로 수많은 와인이 있기 때문에 유명 소믈리에조차도 맛보지 못한 와인이 많은 만큼 꾸준히 익혀야 한다.

► 훌륭한 비즈니스 도구: 사업가들은 비즈니스 상대와  친분을 쌓기 위해 골프를 함께 치거나 와인을 함께 마신다.

► 서두르지 않는다: 포도 수확 후 병입까지 걸리는 기간은 2년 내외다. 골프 역시 뛰거나 서두르지 않고 코스를 둘러보는 여유 있는 스포츠다.

► 상대를 배려한다: 골프와 와인은 모두 매너를 중시한다.

►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골프장이 위치한 국가와 지역마다 색다른 특징을 지녔듯 와인도 포도 산지별로, 국가별로 같은 품종을 블렌딩해도 맛에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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