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약탈 문화재 ‘망향의 한’
  • 정락인│객원기자 (.)
  • 승인 2015.09.09 15:55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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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8000여 점 중 돌아온 건 고작 6500여 점…39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의 문화재를 마음대로 빼앗고, 강탈하고, 약탈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할 때 약탈 문화재를 찾아오는 데 소극적이었다. 일본에서 받은 문화재는 고작 1432점에 불과하다. 정부는 4400여 점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더 이상 돌려주지 않았다.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일단락됐다는 입장이고,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도록 한 유네스코 협약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한일협정 이후 북관대첩비,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어보 등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모두 민간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남북 불교계가 공동으로 민족문화재 반환 사업에 나서면서 이룬 성과다.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6만7708점 중 환수된 것은 지금까지 6481점에 불과하다.

일본에 있는 약탈 문화재 중에는 ‘오구라 컬렉션’이 백미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 남선합동전기회사의 사장을 역임한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1952년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우리의 문화재를 마구잡이로 빼돌렸다. 숫자로는 1100여 점에 이른다.

“북한이 협상 나서면 반환 가능”

경남 창녕에서 출토된 신라시대의 ‘금동 관모’,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비로자나불입상’과 ‘은평탈육갑합’ 등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우리나라 문화재 중 39점(중요문화재 8점, 중요미술품 31점)은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는 불교 문화재 다수와 희귀 문화재가 포함돼 있다.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한국실에는 생김새가 특이한 ‘견갑형동기’부터 금관총 출토 귀걸이, 분청사기와 백자, 복식 등 다양한 장르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절반 이상이 오구라 컬렉션 보존회에서 기증한 것이다. 이들 국보급 문화재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 때도 우리 측이 반환을 요청했으나,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오구라 컬렉션은 1980년대 초 오구라의 아들에 의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으므로 더 이상 개인 소장 유물로 볼 수 없다. 일본은 지난 2002년 평양선언을 통해 북한에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 협력을 약속한 상태이므로, 북한이 반환 협상에 나선다면 충분히 반환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남한의 문화재제자리찾기와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은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 중인 오구라 컬렉션 중에서 군사적 자주권을 상징하는 ‘조선 대원수 투구’ 등은 꼭 반환받겠다는 입장이다. 평양 율리사지 석탑 반환에 성공하면 다음 차례가 ‘조선 대원수 투구’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혜문 스님은 “오구라 컬렉션 가운데 조선 대원수 투구와 경주 금관총 유물 등은 여러 정황상 도난품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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