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재판]② 효성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비자금 조성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09.10 17:26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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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비즈 작성

회삿돈 8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이 2년 째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해외 페이퍼컴퍼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조 회장은 20여년에 걸쳐 조세피난처 등에 총 33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홍콩·일본 등 외국계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고 기소했다.

효성은 중국에 기계설비를 수출하면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PF, RI)를 세워 비자금을 형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거치며 기계설비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적게는 20%에서 최고 180%까지 가격을 올려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수법으로 효성은 페이퍼컴퍼니에 1억달러 가량을 형성했다. 이 자금을 종자돈 격으로 조 회장이 개인 채무 변제나 차명 보유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유상증자 자금, 손실보전 등의 용도로 쓴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 비자금 조성위해 페이퍼컴퍼니에 차명주주까지

효성은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들을 세워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게 만들었다. 조 회장이 차명주주를 통해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효성그룹과의 출자고리를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나이론’은 1973년 일본 화학회사인 ‘욱화성’(旭化成, Asahi Chemical Industry)과 50:50으로 투자해 합작법인 ‘동양폴리에스터’를 세웠다. 동양나이론은 ㈜효성의 전신격인 회사다.

이후 욱화성이 동양폴리에스터에서 지분을 철회할 때 동양나이론은 욱화성 지분을 직접   인수하지 않았다. 대신 동양나이론은 1995년 홍콩에 페이퍼컴퍼니(CWL)를 세웠고 CWL은 동양나이론 지급보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이 지분을 매입했다.

효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6년 일본에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 ACI를 설립했다. 효성은 ACI에 CWL을 인수하라고 4160만 달러를 무상으로 증여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조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인 ACI에 차명주주를 내세워 인수한 CWL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1998년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네 회사가 합병해 지금의 ㈜효성이 됐다. 이후 조 회장은 회사의 페이퍼컴퍼니들이 보유한 효성계열사 주식을 차명주주 명의로 소유하게 됐다.

2006년 부산세관은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수상한 자금 현황을 적발했다. 효성 측은 회사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공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룹 내 회계 장부에서는 출자 관계와 거래 내역을 찾아볼 수 없다. 페이퍼컴퍼니 자금은 효성그룹과 무관한 조 회장 개인의 차명계좌로 남아있게 됐다.

◇ 공정위 매각 지시 어기며 시세차익 남겼나

효성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매각 지시를 회피하며 페이퍼컴퍼니(CTI, LF)로 다시 계열사 주식을 차명소유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세차익마저 남겼다. 또 해외 페이퍼컴퍼니 CTI, LF의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대여금 채무를 불법으로 면제해 회사에 23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효성에 원자재를 공급하던 ㈜카프로는 90년대 중반 1대 주주인 효성과 2대 주주인 코오롱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당시 효성은 카프로 생산 설비의 증설을 원했지만 코오롱이 투자를 반대했다. 효성은 코오롱을 견제하기 위해 차명으로 카프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1996년 카프로 주주총회에서 코오롱은 이 같은 정황을 폭로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측에 차명주식을 모두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효성은 또 다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CTI, LF)를 세웠다. 페이퍼컴퍼니가 효성물산싱가포르지점으로부터 대여 받은 돈으로 효성이 시장에 내놓은 카프로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다. 마치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이 주식을 산 것처럼 가장했다. 이 과정에서 납세의무를 회피했다.

◇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하고 못 받는 돈으로 회계 처리

2011년 금융감독원은 효성그룹의 해외 자금흐름이 수상하다고 판단하고 특별감리회사로 지정했다. 차명주식에 대해선 매각을 지시했다. 하지만 홍콩의 CTI, LF 설립 당시보다 주가는 10배 이상 올라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긴 후였다.

효성은 2006년 싱가포르 법인의 분식회계를 정리하면서 본사가 싱가포르 법인에 지급보증을 선 채무 관계에 대해 부실 자산으로 간주해 상각했다. 이어 2009년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한 싱가포르 법인의 자산에 대해 회계 상 ‘변제’ 처리했다. 카프로 주식을 매입한 페이퍼컴퍼니, 효성 해외법인, 효성 본사의 채무 관계가 완전히 끊어져 버린 셈이다. 카프로 주식은 조 회장의 차명소유로 남았다.

2013년 하반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효성은 혐의를 벗기 위해 2014년 본사가 배당 받는 형식으로 카프로 주식을 회사 자산으로 편입했다. 또 관련 자금으로 에어백 회사인 GST를 인수했다.

효성은 회사를 위해 사용했으므로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기소 당시에도 그룹의 부실자산 정상화, 계열사 인수 등 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효성은 기소 이후 검찰이 비자금으로 추정한 자금들을 회사 자금으로 편입했다. 이 때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금을 형성할 당시 목적을 밝히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회사 측 대응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조 회장이 관련 자금을 사적으로 편취할 목적이었는지 여부가 남은 재판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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