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종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 황건강 기자 (kkh@sisabiz.com)
  • 승인 2015.09.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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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부담…실적 신약개발로 차별화 예상

 

올해 증시를 이끌던 제약업종 주가 조정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제약주 주가는 8월 큰 폭 하락한 뒤 회복이 지연되는 분위기다.

상반기 제약주 급등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상반기 실적이 밸류에이션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제약업종 주가의 추가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업종이 아닌 기업별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올 제약업종 주가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양쪽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코스피시장 의약품업종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7월 9일까지 9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86%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약업종 상승세가 돋보였다. 상반기 코스닥 상승률 38.4%를 제약 업종이 견인했다. 총지수상승률 36.7% 가운데 제약업종 기여분은 14.1%포인트였다.

그러나 8월 한달 간 제약업종은 큰 폭 하락했다. 9월 11일 기준 KRX헬스케어지수는 7월 고점 대비 27% 하락했다. 코스닥 제약지수는 26.9%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33.1% 떨어졌다. 고밸류에이션이 8월 한달간 제약 업종을 끌어내린 셈이다.

상반기 제약 업종 실적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업종 대표 종목인 한미약품이 어닝쇼크에 가까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다른 전통 업종에서처럼 업종 대다수가 어닝쇼크를 기록하거나, 숨겨진 부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었다.

상반기 업종별 수익성 지표에서 코스닥 바이오 업종은 영업이익이 21.6% 증가했다. 업종 순이익은 18.7% 늘었다. 코스피 제약사들은 다른 업종과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제약 업종 평균으로는 납득할만한 수준의 실적을 냈다.

주요 제약업체 중 2분기 순이익이 가장 큰 곳은 유한양행으로 309억원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295억원,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나란히 12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당기순손실이 가장 많은 곳은 종근당과 한독, 명문제약 등이다. 종근당의 2분기 순손실은 264억원이었고, 한독은 24억원, 명문제약은 21억원의 순손실을 발표했다. 적자를 기록한 업체가 다수 있었지만 업종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낸 업체가 많았다.

실적이 시장에 알려진 9월에도 제약업종의 회복세는 더디다. 11일 기준 제약업종 주가는 전일 대비 평균 2.2%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 종목보다는 하락 종목이 많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제약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 100 종목 중에서 46 종목은 상승했고, 49 종목은 하락했다. 5개 종목은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동안 제약업종 주가가 실적 대비 너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실적 기대감에 기댄 상승이란 얘기다.  

업종 대표 주자인 한미약품의 7월 고점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23.53% 가량 상승했다. 유한양행도 같은 기간 49.56% 상승했다. 제약주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는 7월 한때 37.4 배를 기록했다. 일부 종목 PER는 90배를 넘기도 했다.

주가수익비율은 해당기업의 과거수익이 지속될 때 주식을 산 금액을 몇 년 내 회수하는지 보여주는 식으로 해석된다. 90배가 넘는다면 9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제약 주가는 신약 개발이 완료되고 당국의 제품 승인을 받으면 급격히 상승한다. 신약개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주가는 미래 현금흐름을 선반영하는 셈이다.

그러나 90년 동안 벌 만큼의 이익을 한번에 내줄 신약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최근 주가가 고평가된 기업들이 있다는 얘기다.

제약 업종 옥석가리기는 실적을 통해 향후 신약개발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신약개발 타당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어닝쇼크를 보였던 한미약품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억원 가량 늘어난 1994억원을 기록했으나 수익분배 문제로 영업손실은 32억원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7월 60만6000원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11일 3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은 상반기에 대표적 항암신약 HM61713을 독일 베링어 잉겔하임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해 주가가 급등했다. 기술수출 금액만 7억3000만 달러였다. 이후 실적 기대감에 주가는 급행열차를 탔으나 실제 상반된 결과를 내놓아 주가가 급락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영업이익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하고도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있다.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2694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6.9% 증가한 221억원이다.

호실적에도 유한양행 주가는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1일 유한양행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07% 하락한 23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실적발표 전 저점인 22만1500원에 비해서는 올랐지만 7월 고점 30만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호실적만으로는 투자자들이 투자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크지 않은 업체로 꼽힌다. 현시점에서 유한양행이 글로벌 임상시험을 계획하거나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진행한다고 알려진 신약 파이프라인은 없다.

연구개발 비용에서도 신약 기대감을 키울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비용은 304억원이다. 업계 1위라지만 연구개발비 비중은상장 제약사 중 30위권이다.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처럼 모든 종목이 반등하기보다는 연구개발 이슈 등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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