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수수료는 누구 호주머니에?
  • 김지영 기자 (kjy@sisabiz.com)
  • 승인 2015.09.16 10:31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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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기업 수수료 5년 간 3조원...총수 일가 사익 수단 우려도
김기식 의원실 제공

대기업의 브랜드 수수료가 지난 5년 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이 대기업 집단, 재벌 총수의 또 다른 부당 거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0년부터 2014년 말까지 LG, SK를 포함한 5개 대기업 지주회사의 ‘브랜드 수수료’ 수취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년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브랜드 수수료를 징수하는 5개 지주회사의 경우 그 금액이 2010년 4700억원에서 2014년 6710억원 수준으로 40% 늘어났다.

LG그룹은 계열사·협력사로부터 지난 5년 간 브랜드 수수료 1조3200억원을 받았다. 이는 주요 지주회사 중 압도적으로 높은 금액이다. 이어 SK그룹이 9500억원, GS그룹 3500억원, CJ그룹 2290억원 등 5년간 총 3조원 이상을 브랜드 수수료로 받았다.

‘브랜드 수수료’는 통상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회사와 브랜드 사용 회사 간의 계약이나 외부감정평가 등을 통해 징수하고 있다. 문제는 브랜드 소유권과 수수료 징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브랜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태 조차 명확히 조사되지 않았다.

수수료 금액도 주로 매출액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브랜드 사용회사는 흑자나 적자와 같은 기업 경영 상황과는 상관없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소액주주와 투자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자신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로부터 과도한 수수료 징수, 특정 계열사 봐주기 식의 부당 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화는 올해 7월부터 2016년 12월31일까지 한화건설·한화생명보험 등 4개 회사로부터 약 784억을 브랜드 수수료로 받는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 일가가 지분의 31.8%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주회사가 아닌 김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한화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롯데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롯데그룹 관계사 그 어디에도 브랜드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관계당국에서는 수수료 수취 현황과 금액 기준 등에 대한 기초조사도 벌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브랜드 수수료 수취현황, 금액 결정기준 및 상표권 소유관계 등을 파악해야 한다. ‘부당지원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브랜드 수수료 명분으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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