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까지 파고든 면세담배 불법 유통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9.16 19:39
  • 호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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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담배, 전년 대비 4배 이상 폭증… 면세담배 매출도 2배 이상 늘어나

올 초 단행된 담뱃값 대폭 인상 이후 면세담배 밀수입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심지어는 북한까지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개성공단으로 반출된 면세담배의 상당량이 다시 남측으로 밀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새롭게 드러나, 면세담배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부터 국내 면세담배 불법 유통 실태를 추적하며<2014년 8월23일자 ‘검찰, 600억원대 면세담배 유출 미군부대 압수수색’ 보도 등 참조>, 지속적으로 면세담배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시사저널이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통일부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입경할 때 밀반입된 품목 16건 중 9건이 담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대폭 인상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밀반입 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면세담배는 개성공단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측 인원에 대해서만 판매하도록 규정돼 있다. 남측으로 입경할 때 면세 휴대품으로 들여올 수 있는 담배도 1년에 4보루 정도다. 그러나 “개성공단으로 반출되고 있는 담배의 상당량이 다시 남측으로 밀반입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게 심 의원의 설명이다. 심 의원은 “이는 개성공단에 반입·반출되는 물품을 통관하는 도라산출장소의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32억원이었던 담배 밀수 적발 규모는 2013년 437억원, 2014년 11월까지 668억원으로 급증했다. ⓒ 연합뉴스

담뱃값 인상 후 밀수담배·면세담배 극성

담뱃값 인상 후 밀수·위조 등으로 인한 담배 암시장(블랙마켓)의 급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올 7월까지 적발된 담배 밀수는 287건으로,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 70건을 이미 4배 이상 뛰어넘었다. 그중 면세담배는 암시장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공단을 예로 들어보면, ‘에쎄’의 경우 국내에선 1보루에 4만5000원이지만 개성공단에서는 미화 16달러(약 1만8000~1만9000원)에 불과하다. 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밀수의 유혹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는 일종의 ‘풍선 효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담뱃값을 올리면서 금연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가격이 싼 밀수담배나 면세담배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인천·김포·제주 등 주요 공항의 면세담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20%, 많게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담배 판매량은 3억5000만갑으로 최근 3년간 월 평균 판매량 3억6200만갑에 근접하면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후 올해 상반기에 걷힌 세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조2100억원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증세’가 아닌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흡연자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킨 셈이다. 더구나 밀수 등으로 담배 암시장이 퍼져나갈 경우 세수 증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엄격한 관리·감독은 물론 실질적인 금연 프로그램의 운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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